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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Dec 02. 2024

Winchcombe, 고향마을 같은 그곳

마을이 숨겨놓은 동화 속 인물 찾기

⇲ Winchcombe(윈치콤)으로 이동 중, 코츠월드 전망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진 '브로드웨이타워'에 들러 아름다운 코츠월드 전망을 잠깐이라도 내려다보고 싶었지만 그곳 주차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주차장을 서성이다 사진 세장을 찍고는 차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스노쉴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윈치콤이 가까워 지자 다행히 비가 잦아든다. 


윈치콤은 아름다운 숲에 둘러싸여 있는 코츠월드 구릉지대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윈치콤이란 이름은 '굽은 골짜기'를 의미하는 옛 영어 (Wimcel와 cumb}에서 유래했다.  

이름처럼 '굽은 골짜기'형태로 우아하게 굽은 거리를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주변 시골마을과 조금 다른 집들이 섞여 있다.  꿀빛 석회암 건물 속에 간간히 아름다운 갈색 반목조 건물이 섞여있는 모습이 주변 짙푸른 숲과 묘하게 연결돼있다. 마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내 옛 고향마을에 온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을 역사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때 이곳이  소도둑으로 유명했던 곳이란다. 그만큼 가난했다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마을을 소개하는 안내서에 등장하는 걸 보면 소도둑질이 심했던 모양이다.

⇲  진한 갈색 목조 건물과 나지막한 석회암 주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거리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호텔, 술집, 멋스러운 찻집이 드문 드문 섞여있지만 대부분은 개인 주택이다.

건축물 모양은 많이 달라도 내 고향 풍경 같은  한적한 거리, 마을 너머에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있다.


 St. Peter's Church(영국 국교회 교구 교회)는 마을 중심에 길게 자라하고 있는 코츠월드에서 가장 큰 양모교회 중 한 곳이며, 중세 양모 상인들의 부유했던 시절을 상기시키 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1458년 교회옆 수도회 수도원장이 교회를 짓기 시각 했고, 근처 수들리 영주가 건축 마무리 자금을 지원해 10년 만에 완공되었다는 교회는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다.

↓관광객들이 교회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찾는 게 있다.  고개를 들고 교회 흉벽에 장식된 기괴한 조각품을 보기에 여념이 없다. 총 40개의 조각 중 20개는 악마(나는 동물 같아 보였음)를 묘사했고, 나머지는 이 지역 주민과 수도원 고위관계자들이다. 15세기에 이렇게 익살스럽게 사람을 묘사한 캐리커처 장인은 많이 유머스러운 사람이었던가 보다.

↓ 가장 인기 있는 '미친 모자장수' 조각, 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 엘레스에 나오는 미친 모자장수의 모델이 된 조각이다.

↓교회 내부로 들어가 보자. 볼거리, 이야깃거리, 슬픈 역사가 가득다.

교회 통로 벽 석조물에 울퉁불퉁하게 총알 세례를 받은 곳이 눈에 띈다. 남북전쟁 중 총알로 생겨난 구멍이다. 근처 수들리 성을 왕당파 지지자들이 점유했을 때, 의회군이 1643년 마을을 점령한 후 왕당파 병사들을 총살하여 교회 벽에 세워 뒀던 곳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고싶지 않지만, 슬프게도 그 행위를 한 그들은 또다시 수많은 교회를 세우고 아름답게 다듬는다.

↓ 헨리 8세의 아내  아라곤의 캐서린 여왕이 손수 만든 제단보, 그녀가 수들리 성에 머무는 동안 제작한 것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의 상징인 석류가 보인다. 제단 보는 1380-1390년 사이의 예복을 연결해 길게 꿰매 만들어졌다. 손재주가 뛰어난 그녀의 꼼꼼한 손끝 감각이 엿보인다. 

⇲  Hailes Abbey, 1246년에 세워졌지만 폐허(영국의 많은 수도원은 이 시기에 폐쇄되거나 파괴됐다.)가 된 이곳은 수세기 동안 엄격한 사토회 수도원의 규칙에 따라 세속적인 삶과 동떨어진 기도와 사랑, 자기 부인의 단순한 삶에 중점을 두고 살던 수도사들의 이야기가 허물어진 수도원 곳곳에 서려있다. 영국 대부분 수도원이 그렇듯 이곳 또한 헨리 8세에 의한 탄압과 전쟁 등으로 웅장했던 수도원이 동물의 등뼈처럼 뼈대만 앙상히 남아있다.

박물관에서 본 수도원의 옛 모습(그림)머리에 담고, 폐허 속 옛 수도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산책하다 저쪽 모퉁이에서 수도사들의 기도소리가 들리는 듯 해 귀 기울이니 건너 언덕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소리다. 작은 아치문을 통과해 반대방향으로 산책로로 빠져나가면 산책로에서 한 손에 묵주를 길게 늘어뜨리고 산책 중인 수도사가 검은 그림자를 길게 끌고 나타나 걸음을 멈추니 덩그러니 서있는 허물어진 돌무덤이다.


↓구약성서 사자와 싸우는 삼손을 묘사한 13 기 조각상

↓ Abbey 박물관에 전시된 각종 석조물


⇲ Winchcombe Museum은 빅토리아시대 건축인 시청사 내에 있는 작은 민속박물관이지만, 영국에서 가장 특별한 전시물이 있는 곳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여느 시골 마을 박물관처럼 윈치콤 마을의 역사적 기록물, 민속 컬렉션 등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최고 하이라이트는 코비드로 정신없던 시절 위로하듯 하늘에서 마을에 선물을 날려 보내줬다. 2021년 2월 28일 늦은 저녁 윈치콤 콜리브힐에 검은색의 운석이 떨어진 것이다. 마을 도로에 떨어져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운석(윈치콤 운석으로 불림)이 보관되어 있다.

운석실 특별전시 관에는"우주에서 코츠월드 까지" 운석의 도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태양계가 형성되고 있던 시기의 증인으로서 운석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 당시 영국은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운석이 떨어졌던 곳으로 과학자를 대동하고 방송사들이 몰려와 정신이 없었단다. 덕분에 운석이 떨어졌던 곳 땅 주인도 신문에 나왔더란다.

취재진과 운석이 떨어졌던 땅주인들 사진출처 : 윈치콤 박물관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




⇲  Winchcombe Welcomes Walkers, Walkers의 성지

'워커를 환영 는 마을'(코츠월드 산책객들에게 다양한 산책코스를 제공해 주는 특별한 마을에 주어진 훈장?)이란다.  어쨌든 이 마을은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이 아닌 두 발로 산책할 수 있는 산책길의 중심지이며, 모든 연령대와 능력에 맞는 산책로가 제공되는 마을이다. 마을과 역사적인 장소, 아름다운 숲, 코츠월드 구릉지대를 오르내리는 지도를 보니 제주의 올레길을 연상시키는 산책로가 유난히 많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경거리는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것이다. 유성우나 지나가거나 별들을 관찰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라고 소개한다.  한여름 저기 잔디밭 어디에 누워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올려다 보고만 와도 행복하기만 할 것 같다.


<내년 여름, 이곳에서 밤하늘 올레길 트레킹과 별구경을 마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로 하고 오늘 여행은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코츠월드 올레길 산책을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는 다음 여정지  '수들리 성'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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