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핑캠든을나서며 만난 예쁜 코티지와 오솔길, 코츠월드 속 마을을 탐방하다 보면 이런 초가지붕의 코티지가 종종 눈에 띈다.
코츠월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초가지붕을 한 코티지가 종종 보인다.
⇲ 치핑캠든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뻗은 코츠월드 길을 따라 내려가며 마음 가는 마을은 어디든 들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그렇게 길을 나선 지 10여분 남짓되어 우리에게 어서 오라 손짓하는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두말할 것 없이 차는 언덕 위로 올라서고 있다.
Snowshill은 보로드웨이(마을) 남쪽 끝 절벽 위에 위치해 있는 마을이다. 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은 너무나 빨리 우리 앞에 나타났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다.
아, 이 집엔 어떤 이들이 살고 있을까?
⇲ Snowshill이란 마을 이름은 1086년 Domesday Book(노르만이 잉글랜드 정복 후 국왕이 조세 징수 기반이 되는 토지 현황을 조사하여 정리한 책)에 Snawesille로 처음 등장했고, 당시 Winchombe Abbey(현재는 사라진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재산으로 기록되어 있는 20 가구의 아주 작은 마을이었지만, 수세기가 지난 현재도 인구에는 큰 변화가 없는(200여 명 정도) 마을이다. 마을 규모 때문인지 이곳으로 들어오는 길이 좁아 주변 마을을 도는 버스가 이곳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으로 여행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나 보다. 덕분에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우리가 이 마을을 방문하던 시간, 관광객은 우리 가족이 전부였다. 아니다. 교회 앞에서 마을 전경을 촬영 중이던 포트그래퍼 한 명이 있긴 했지만, 아마도 그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이 마을에 발자국을 찍고 돌아다녔던 거 같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출연했던 전화부츠와 부모님 집으로 나온 코치, 사진출처 : 내셔날 트러스트
이걸 다행이라 말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2001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존스의 부모가 사는 집으로 촬영했던 코티지가 유명해져 그곳을 찾는 이들이 더러 있다고 하지만, 날씨 때문인지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롯이 우리 차지가 되어 여유롭게 탐방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굵어지는 빗방울이 우리의 발길을 재촉했다.
⇲ St. Barnabus 교회가 마을 중심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항상 거대한 교회만 봐와서 그런지 이 교회는 유난히 작아 보인다. 일부러 맞추어놓은 듯 작은 마을 속에 녹아들어 있다. 1864년에 지어졌다지만, 누가 지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단다. 처음 지을 당시 교회 첨탑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자금이 바닥나 사각형 탑만 올라가 있다. 마을 인구가 적었으니 규모를 줄이는 건 당연했을 테고,첨탑 올릴 자금도 당연히 부족했겠다 싶지만 교회부지는 제법 넓다. 교회부지 여기저기 반쯤 쓰러져가거나 파손되기도 한 비석들이 애처롭게 서있다.
⇲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지 여행을 시작하고 하루동안 두 번째 죽음을 목격했다. 글로스터 대성당의 장례식 모습과 이곳 교회 묘지위에 이제 막 안장을 마친 무덤이다. 죽음은 늘 이렇게 주변을 어슬렁 거리지만, 나와는 무관하듯 언제나 저만큼 먼발치에 내놓고 살아가다 오늘 같은 상황과 마주하면 한동안 흐트러진 정신에 파란 신호등이 반짝거려지며 여기저기 흩어져 나간 마음과 정신줄을 제자리에 다잡아 놓고 무언의 다짐도 해본다.
"............"
이제 막 안장을 끝낸 묘지에 비석이 아닌 나무 십자가를 세워뒀다.
망자가 좋아했을까? 흰 백합이 함초롬이 망자의 무덤을 덮고 있다.
백합향은 여전히 묘지 주변을 서성이며, 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죽음은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현재 순간을 귀중히 여기게 한다"
스티브 잡스가 던진 한마디가 휘~익 스쳐 지나간다.
⇲ 교회를 중심으로 작고 예쁜 코티지들이 옹기종기 서있다. 집집마다 예쁘게도꾸며놓은 작은 정원들이 집주인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장미를 무척 좋아하는구나 싶게 장미만 심어둔 정원과 장미덩굴로 집 출입문을 장식한 집도 있고, 그 너머엔 초록 식물이온 집을 휘감고 있는 집도 있다. 다채로운 꽃들로 가득한 정원 앞에서 한참 동안 넋 놓고 있자니 저만치 앞서 나가는 빨리빨리 선두주자 모모가 내 발걸음을 자꾸 재촉한다.
'Snowshill', 코츠월드에서 가장 높은 마을이라 그런지 겨울에 눈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란다. 영국 시골살이 시작하면서 눈이라곤 진눈깨비 흩날리는 날이 한두 번 있었나 싶은데, 우리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인 이곳이 눈이 많이 내린다니 조금 부럽기도 하다.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쌓인 마을 풍경은 또 얼마나 예쁠까?
마을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라벤더 농장
⇲ Cotswold Lavender, 스노실에는 가족이 운영하는 55,000평 규모의 라벤더 농장이 있다. 1999년 처음 라벤더를 심었다는 라벤더밭은 이제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농장이 되었다. 여름 한동안 마을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온 마을이 라벤더 향으로 가득하다. 이곳 주인장은 처음 라벤더를 심어놓고 토양에 잘 맞을지 혹독한 겨울을 잘 견딜지 걱정되어 여러 날 밤잠을 설치기도 했더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농부들의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그런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 하늘도 보랏빛으로 물들어 응답하는 듯하다.
당신의 수고로움으로 세상이 이만큼 아름다워졌다고...,
사진출처 : 코츠월드 라벤더
농장은 지극히 상업적인 공간이다.
라벤더 개화기에 맞춰 오픈하고 수확기에 들어가면 농장 문을 닫는다.
2025년은 6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오픈 예정이란다.
마을 탐방을 마치고, 농장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구릉지대에 끝없는 라벤더밭과 그 주변으로 야생화초원이 넓게 펼쳐진다. 라벤더 밭 곳곳에는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넘친다. 가벼운 피크닉을 즐기며, 여름 한나절 라벤더 향기 속에서 지친 영혼을 잠시라도 느슨하게 풀어주고 심호흡 몇 번 해주면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완벽한 치유의 시간이 되었으련만, 이번 여름은 빗님 때문에 많은 걸 놓쳤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 야생화 초원, 영국인들이 자연을 대하고지키는 정신을 브런치에서 짧게 언급했지만, 보면 볼수록 부럽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지극 정성으로 자연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 100년 동안 영국 내 야생화 97%가 사라졌다 한다. 이에 코츠월드에서는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발화하는 종을 지키고자 이곳에 전통적인 꽃 초원을 재현해 4,890평 규모의 땅에 야생화 밭을 만들어 종의 서식지를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