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n진오 Apr 04. 2017

파리 행 왕복 티켓

#16

 퇴사하면 가장 먼저 뭘 해야 할까? 아무래도 그동안 고생을 조금 했으니 여행은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할까? 태어나서 한 번쯤은 유럽 땅을 밟아봐야 나중에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얼마나 다녀와야 할까? 한 달을 갈까, 두 달을 갈까, 1년을 갈까? 현실적으로 봤을 때 1년은 부담이고 한 달은 아쉬우니 두 달 정도 다녀오는 게 좋겠다. 뭐 더 있고 싶으면 그때 일정이야 변경하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눈 앞에 파리 행 비행기 티켓이 결제되어 있었다. 앞으로 두 달 뒤 나는 유럽으로 떠난다. 그때는 아마 지금과 많은 것이 달라져 있겠지. 대학생 시절에는 시간은 있으나 돈이 없고 직장인이 되니 돈은 있으나 시간은 없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드디어 돈과 시간이 모두 확보된, 여행을 가기에 가장 완벽한 순간을 맞이 했다.


 유럽을 가면 어디를 가야 할까? 한 도시에 한 달 동안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조금 욕심을 부려 많은 도시를 둘러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 성향을 살펴보자면 나는 계획적으로 빡빡하게 여행을 다니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그날그날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을 할 것이다. 오전에는 늦잠도 자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스치듯 지나가게 될 것이다. 내 인문학적 소양으로는 모나리자를 눈으로 보나 모니터로 보나 느끼는 감동은 거기서 거기일 테니까. 대신에 투명하고 반짝이는 바다, 그 도시의 경치를 한눈에 담아 볼 수 있는 전망대는 빠지지 않고 들릴 것이다. 그런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나는 참 좋아하니까.


 혼자 하는 여행이라 외로움을 많이 탈 것 같다. 어릴 적 제주도에 여행을 갔을 때 혼자 식당에 들어가 전국 노래자랑을 보며 갈치조림을 먹다가 체할 뻔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과연 나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 밥을 편히 먹을 수 있을까?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생과 삶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쯤 있지 않을까? 복잡한 내 머릿속을 명쾌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도 행복한 거냐고. 







매거진의 이전글 사직서를 던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