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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ckerair Jul 25. 2022

코로나가 끝나도 사람들이 CGV를 가기 망설이는 이유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7월부터 극장 티켓값이 15,000원이 되었다. 정확히는 3대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금, 토, 일 관람료가 15,000원이 되었다. 사람들(과 나)은 모두다 같은 반응이었다. "또 올려?"


극장 측의 입장은 이렇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감소했으나 지난 2년 동안 겪은 손실을 복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고 한다. 솔직히 극장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을 수는 없다. 코로나 시대의 초입이었던 2020년 4월 당시 극장 매출은 전년 대비 97%나 감소했으며 이후 서울극장을 포함한 다수의 극장은 문을 닫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과 나)은 예전보다 극장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볼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극장을 가기 위해서는 나의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15,000원이라는 돈은 당연히 저렴한 돈이 아니다. 특히 몇 년 전의 티켓값을 생각해보면 더욱 더 비싼 돈처럼 느껴진다.


주식과 코인은 떨어지고 영화값은...


극장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영화'만을 보기 위한 곳이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편하게 시간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있다. '영화나 볼까?'라는 얘기가 나오면 가볍게 들릴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제 극장은 정말 '영화'에 집중해서 즐겨야 하는 공간처럼 여겨진다. 쉽게 감당하기에는 조금 벅차버린 티켓값의 본전을 뽑기 위해서다. 그래서 극장에 가기로 마음먹을 때, 극장에서 영화를 선택할 때, 우리는 이전보다 더 진지해졌다. "어떻게 하면 '돈값'을 할 수 있는 영화를 고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사실 2022년 현재, 웬만한 공간과 음식의 물가는 올랐다. 그런 세태를 고려한다면 극장 티켓값도 오르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치대로 되지는 않는다. 괜히 예전 가격이 생각나면서 극장 가기가 조심스러워진다.


사람들이 영화 티켓값 인상에 더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극장의 자리를 대체했다고 여겨지는 OTT 때문이다. 지난 2년간 OTT에서 훌륭한 작품이나 극장 개봉 예정이었던 규모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겪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OTT와 극장을 비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극장에서 구린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오면서 '이 15,000원 돈으로 OTT 4개는 가입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영화를 보며 더욱 더 '돈값'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OTT는 결코 극장을 대체할 수 없다.

마치 영화관의 고귀함을 지키려는 경건한 자세로 뱉어야 할 문장 같으나 그냥 사실이 그렇다. 아무리 같은 영화라고 해도 핸드폰과 모니터로 볼 때, 심지어 4K 프로젝터와 하만카돈 스피커를 갖추고 볼 때를 상상해봐도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느낌이 다르다.


그 사실을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다. <탑건: 매버릭> 같은 영화는 정말 극장에서 보는 경험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경험의 차이가 엄청날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사실상 다른 영화를 본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상공을 가르는 전투기의 소리와 무게감을 진정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극장 한 가운데에서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영화의 또다른 예시로 마블 영화를 말할 수 있다. 슈퍼 히어로들의 화려한 액션과 CG가 구현되는 곳은 극장의 스크린일 때 관객의 쾌감이 배가 된다. 그 사실을 관객들은 잘 알고 있고 실제로 관객수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블록버스터'일수록 관객들이 '돈값'을 하고 있다고 인지하는 영화들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 극장에서는 전통적으로 '블록버스터'가 대세였다. 그러나 OTT 시대를 거치면서, 극장의 티켓값이 더 비싸지면서 더욱 더 걷잡을 수 없이 대세가 되어버린 것 같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제 사람들은 '블록버스터', 즉 '돈값'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만을 보기 위해서 극장에 가지 않을까.


그리고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른 영화들은 개봉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난 뒤에 내가 가입한 OTT에 나오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하지 않을까. 심지어 어떤 이들은 유튜브에 15분짜리 요약 영상 올라오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 15분 짜리 '결말포함' 영상을 2배속으로 돌려보며 영화 한 편 잘 봤다며 왓챠에 한줄평을 남길 수도 있고.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극장가가 살아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예년보다 훨씬 살아난 분위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1~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돈값'을 저울질하는 세상이 되었다. 즉,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게 된 시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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