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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erlish Apr 22. 2019

"왜 굳이 행복해야 해?"

<행복의 기원> 서평

어느 순간이었는지 명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가 삶을 대하는 방식을 크게 바꾼 일이 있었다. 행복이 그렇게 어렵고 거창한 것은 아니겠구나, 라고 깨달은 순간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이었다. 거창한 무언가 목표를 이루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야만 행복할 수 있는게 아니다. 내가 하루하루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고, 어제보다 더 만족스러운 오늘을 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울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기존에 내가 가지던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내 삶의 목적은, 어제보다 더 행복한 오늘을 살고,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었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마치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각 혹은 가치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나에게 물어본다.  '꼭 행복을 찾아야 해?’ 라고. '왜 인간은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라고. 저자는 행복을 가치중심적 관점이 아니라 생물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상황에서 행복감을 느끼도록 인류가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광범위하고 막연한 개념을 현실적으로 해석한다. 행동을 통해 쾌감을 얻고, 이와 같은 쾌감을 지속적으로 맛보기 위해 행동을 하고 이를 통해 삶을 살아나간다고 이야기한다.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삶을 살면서 행동한 결과가 행복이라는 것이다.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행복은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장치이며, 인간의 행복은 쾌감을 통해서만 발생한다고 이야기 한다. 나는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쾌감을 통해서만 발생하고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내가 꿈꾸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고, 내가 보는 세상을 넓히고, 내가 믿고 생각하는 바를 확인하거나 고쳐나가는 이러한 추상적인 행위들을 통해서도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나같은 내향적 성격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내 성격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함께 하면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잃는 경우가 많은,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이다.  어쩔 수 없는 회사와 같은 공동체속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 사람과 만나면서 신경쓰는 것도 많고 내 에너지를 뺏겨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채우곤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주장을 반박하고 싶다고. 사람의 행복의 크기와 외향성의 정도는 상관관계가 있을수 없다고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내향성의 크기만큼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도 잦고, 그런 나를 돌아다보면서 저자의 생각에 수긍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성격을 위장하여 외향적인 척 할 필요는 없지만,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향한 내 마음의 문을 더 열어야 겠다는 방향으로 내 생각이 이어졌다. 


그동안 책을 읽으며 내가 모자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해서 희망을 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지던 신념을 깰 수 있었다. 행복이 삶의 목적이 아닐 수도 있겠다. 내가 가진 성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도 있겠구나. 



스칸디나비아 행복의 원동력은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이다. 그들 사회는 돈이나 지위 같은 삶의 외형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상의 즐거움과 의미에 더 관심을 두고 사는 곳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내 삶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살수 있겠구나 라는 나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행복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에서 올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사실들을 이 책을 다시금 깨달았다.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오히려 잡으려 할 수록 더 흩어지는 모래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행복하게 살아야지라는 집착을 버리고, 오늘 하루하루를 즐기며 감정에 충실하며 사는 삶이 더 행복한 삶에 가까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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