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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erlish Apr 15. 2019

[아픔이 길이 되려면] 함께 아프지 않기 위해서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가족, 친구, 학교, 회사 등 다양한 사회 집단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병리적인 변화는 항상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함께 상호작용하여 나타나고 진행됩니다. 공동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기에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저자 김승섭 교수는 각 개인의 건강은 사회 환경을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라고 사회역학을 정의하며, '데이터에 기반을 둔 훌륭한 연구는 우리가 직관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보다 의미 있는 근거를 제시해주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입니다.”


“쌍용차 문제는 재난의 문제다. 인간이 만든 해고가 인간 삶을 부수는 극단의 형태로 드러난 정치적 사건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무엇인가. 그리고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결국 사회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향과 이익의 평균에서 만들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주변인들을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나의 행동으로 타인들을 감동시켜 그들도 함께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내 주변인을 돌보고 마음을 써주는 것이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그만큼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안전함은 더 커질 것이다.


“개개인이 무장을 해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원인을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니까요.”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보상-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 사회가 건강해야 내 몸과 마음도 건강하다. 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각 개인의 삶만 되돌아보아서 안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돌아보고, 공동체로서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책의 말미에, 그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고 삶의 목적을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저는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경험들을 계속하고 그것들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간직할 수 있기를 또 길러나갈 수 있기를, 그것이 가능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훨씬 커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적의식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을 향하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나도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야지 라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왜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들어하며 아등바등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라며 요즘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내 눈과 마음에 보이는 세상 밖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세상이 존재한다. 그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은 다르지 않고,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 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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