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휴양지, 즐거운 상상공간
20~30대의 기억 속에 만화대여점의 기억이 없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40대 이상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만화방이 없는 사람이 적은 것처럼. 이렇듯 만화는 장소만 바뀔 뿐, 언제나 우리의 어린 시절과 함께 했다. 손오공이 죽을 때 함께 슬퍼하고, 강백호가 경기에서 이겼을 때 함께 기뻐했으며, 순정만화 속 주인공들이 사랑을 고백하면 함께 설렜던 그 시절.
대여점의 잇단 폐업과 출판만화의 쇠락으로 만화책을 즐길 수 없었던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 만화카페. 추억 속 그 모습은 아니지만 바쁜 일상 속 작은 휴식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 떠나 보자.
글·사진 차은희 기자
홈페이지: www.icoffeentea.com
만화방, 변화를 꾀하다
만화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어둡고 퀴퀴한 공기, 다닥다닥 붙어있는 의자, 조금의 틈 없이 놓여 있는 만화책들. 보통 70~90년대 중반의 만화방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만화카페들은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공간적 의미의 ‘방’보다는 문화공간으로써의 ‘카페’를 표방하기 위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단지 만화를 읽기 위해 찾았던 만화방이 이제는 휴식과 여유를 즐기기 위해 찾는 만화카페로 변화한 것이다.
도심 속 휴양지 ‘섬’
강남에 위치한 만화카페 ‘섬’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화카페 다. 신사동에 있는 본점은 약 1년, 강남점은 약 5개월 정도 운영됐음에도 성장세가 가파른 이유는 만화가 주는 힐링포인트와 매장의 특징이 젊은 세대들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을 좋아했던 오승민(33) 섬 대표가 잘 다니던 백화점을 그만두고 만화카페를 창업한 것은 만화에 대한 끝없는 사랑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자주 다니던 만화대여점이 하나둘 사라지자 만화책을 사거나 불법다운로드밖에는 만화를 접할 길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 보고 싶은 만화책을 모두 사보기는 어려웠다. 비슷한 연령대라면 누구나 겪었던 딜레마였을 것이다. 오 대표는 사람들이 편하게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곳에서 만화책을 읽기를 꿈꿨다. ‘섬’은 그렇게 탄생했다.
현재 섬은 본점 신사동과 직영점 강남 그리고 체인점 영등포, 해운대, 수원 총 5군데에서 운영 중이다. 창업 당시만 해도 체인사업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오 대표는 신사동 오픈 이후 체인 문의를 많이 받게 되자 프랜차이즈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
책이 주는 따뜻한 느낌, 모두와 나누고 싶어
만화카페의 성장을 보고 일각에서는 만화출판시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번의 소비로 수백 명을 읽게 했던 만화책대여점이 출판만화시장의 근간을 뒤흔든 것처럼 만화카페도 마찬가지라는 것. 하지만 한 매니저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만화카페가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수가 많지는 않아서 그런 걱정은 기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만 해도 한 지점 당 매일 최소 5권 이상의 신간을 구매해요. 만약 전국에 천 개의 만화카페가 있다고 하면 하루에 최소 5천 권은 팔린다는 거죠. 그렇다면 출판업계도 좋은 것 아닐까요?”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말, 글, 손짓, 그림 등. 그것들은 각각의 스타일에 맞게 전달하는 상상력의 범위가 다르다. 글이 주는 상상력과 그림이 주는 상상력. 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만화책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주말 상상의 바다 위 섬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