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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02. 2018

최종 관문, 계약서 작성

남의 회사에서 나의 회사로

계약서를 쓰게 되었다고요?


계약서를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만약 입사 제안을 받은 상태에서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한다. 


한국은 계약서를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나라가 아닌가. 계약서는 대게 문제가 생겼을 때 최후의 해결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계약서에 없는 내용도 쉽게 요청하고 계약서에 있더라도 이 정도는 어겨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거 같다. 하지만 싱가폴은 다르다. 매우 계약이라는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고, 그런 나라에서 사는 싱가폴 사람들도 계약서를 매우 꼼꼼하게 쓰고 챙긴다. 보통 한국에서 싱가폴에 처음 오는 경우에는 첫 집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보증금을 다 까이고 못 돌려받는단다. 물론 우리 부부라고 큰 예외는 아니었다. 


따라서 싱가폴에서 면접을 보고 성공적 최종 입사 제안을 받았다면, 정말 이력서를 신경 써서 작성해야 한다. 싱가폴은 계약서 작성에 엄격한 나라인 동시에, 굉장히 친기업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무슨 말이냐면, 고용과 해고가 정말 자유롭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계약서 상에 '해고일 기준으로 바로 해고된다'라고 적혀있다면, 개인 사정이고 뭐고 바로 당일에 짐 싸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대신 계약서 상에 해고/퇴사일 전 6개월 전에 고지해야 된다고 적혀있다면, 물론 직원도 퇴사할 때 6개월 전에 회사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생기지만, 반대로 회사도 해고를 할 때 6개월 전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만약 그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나가라고 한다면, 그 기간에 해당하는 월급을 챙겨줘야 한다. 


아무래도 계약서 작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연봉일 거다. 싱가폴에서 구직을 한다면, 계약서 쓰기 전에 최대한 많은 면접을 보고 여러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는 것이 연봉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저 회사에서는 이만큼 준다던데?"라고 말하는 것만큼 회사에서 연봉 인상을 결정하기 쉬운 것이 없다. 물론 입사 제안을 받은 회사에서 받은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회사와 "연봉이 예상보다 적은데 혹시 올릴 수 있냐?"라고 충분히 물어볼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올릴 수 있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연봉만 챙기면 될까?


싱가폴에서 취직할 때는 연봉뿐만 아니라 신경 써야 할 다양한 것들이 있다.


우선 보통 싱가폴 회사에서는 한 달치 월급을 매년 1~2월에 보너스로 지급한다. 그래서 싱가폴 직장인들은 보너스를 받고 1~2주 정도 있다가 퇴사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1~3월까지 가장 많은 포지션이 열린다. 싱가폴에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 기회를 잘 노리는 것도 방법이겠다. 하지만 한 달치 보너스를 주는 회사 외에도 다양한 회사들이 있다. 예를 들어, 1년에 보너스를 여러 번 주거나 혹은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투자 유치 시 보너스를 주겠다고 적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연차 일수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싱가폴은 회사에 따라 차이는 있다고 하는데, 대체로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다. 보통 회사에서 15~20일 정도의 휴가를 준다고 하는데, 계약직의 경우 정규직보다는 휴가가 적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면 싱가폴에 있는 미국계 회사가 다른 회사들보다 대체적으로 휴가가 13~15 정도로 짧은 편이다.


퇴사/해고 사전 고지일(Notice Period)도 잘 살펴야 한다. 앞서 한 번 언급했지만, 싱가폴은 해고가 매우 쉬운 나라다.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고용주는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그리고 해고일로부터 30일 안에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싱가폴을 떠나야 한다. 물론 다시는 싱가폴을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은 아니고, 해고일부터 30일까지 추가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업계마다 다르다고는 하는데, 대게 싱가폴에 개발자는 4주의 해고 사전 고지일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일방적인 건 아니고 개발자가 퇴사를 원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간을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하는 기간의 월급만큼 벌금을 내야 한다. 싱가폴에서 한 번 취업 비자를 받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이직이 쉽기는 하지만 인터뷰 과정과 최종 입사 제안을 받은 후 새로운 비자 신청하는 걸 생각하면 4주의 사전 고지일도 절대 길지 않다. 따라서 계약서 상에 해고 사전 고지일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좋다. 반대로 너무 긴 경우에는 이직 시에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회사를 알아볼 때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지만 보험도 정말 중요한 요소다. 한국에서는 사실 수술할 정도의 큰 병이 아니고는 병원 가는 걸 겁내지는 않지 않나? 근데 싱가폴은 돈이 없으면 아플 수 없는 나라다. 감기 정도로 동네 병원에 가도 진료비로 5만 원부터 시작해서, 엑스레이라도 찍었다가는 100만 원, 수술대에 한 번 누었다 하면 1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싱가폴 병원비다. 싱가폴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도 크게 아플 때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다녀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보험이 매우 중요한데, 가족이 함께 싱가폴에 있다면 가족 중 어디까지 보장이 되는지, 그리고 수술을 하게 될 경우 어느 금액까지 비용을 대신 처리해주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난 잘 안 아프니까'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싱가폴의 다른 기후에 아프기 시작하면 정말 서럽다.


연봉, 보너스, 연차, 퇴사/해고 사전 고지일, 보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봤다. 그 외에도 회사에 따라서 스톡옵션, 동종 업계 이직 금지 조항 등 다양한 항목이 회사에 있을 수 있다. 부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계약서에 사인하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생각한 다음에 계약서에 사인하면 좋겠다. 계약서다 보디 처음 보는 영어 단어가 많이 나올 수 있는데, 특정 조항에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면 인사 담당자와 해당 조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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