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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05. 2024

여행을 하며 했던 생각들

여행기록 대신 생각기록

잠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해외에 나간 건 거의 8년 만이고 관광 목적으로 다녀온 걸 기준으로 하면 10년이 만에 다녀온 여행인 듯합니다. 직장생활, 대학원 등의 일정이 여행을 가지 않았던 표면적 이유라면 어쩌면 그냥 조금씩 지치고 있어서 움직이는 것 자체를 꺼려했던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짧지만 오랜만에 만난 여행을 하며 돌아본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계획은 언제나 100% 완벽하지 않다

치앙마이의 낮은 생각보다 더웠습니다. 야심차게 생각해 두었던 일정을 다 소화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음을 생각이 아닌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식했다고 할까요. 평소 스스로 우리의 삶은 1%의 우리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과 우리 의지와 무관한 99%로 이루어진다고 말을 해왔으면서 여행을 통해 그걸 다시금 돌아보는 스스로를 만나는 순간입니다. 


선입견

낯선 사람들, 낯선 환경이란 달리 말하면 지금 제가 그 사람들과 환경에 대해 이해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행 첫날 저녁에 길을 오가며 스쳐 지난 양팔을 문신으로 가득 채운 어느 남자분을 보면서 순간 긴장과 경계를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그렇습니다. 택시 어플로 탄 차의 기사분의 팔에 있는 문신을 보고 슬쩍 택시 어플과 구글맵을 보면서 목적지로 맞게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제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선입견을 가장 적나라하게 직면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낮시간의 무더위로 일정들을 바꾸면서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습니다. 본래 여행 전 마사지 예약을 걸어두었지만 추가로 발마사지를 받기로 한 거죠. 숙소 근처 발마사지  숍을 검색해서 찾아갑니다. 우리가 찾아간 마사지 숍은 치앙마이의 어느 골목 입구를 지나 굽이굽이 골목을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있었습니다. '있어빌러티'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던 숍을 만나고 잠시 망설이는 우리를 주인장은 괜찮다는 듯 안내를 했고 그렇게 숍으로 들어갑니다. 여행 중 세 번의 마사지를 받았는데 우리는 그 '있어빌러티'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곳에서의 마사지가  가장 좋았다고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점과 의미

발 마사지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합니다. 발 마사지를 받으면서 여러 생각들을 했거든요. 사실 발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것을 조금은 주저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발'이었습니다. 조금 우습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그랬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닌 운동화 속의  발이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리 그분에게는 발 마사지사로서 일의  대상이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종의 부끄러움, 미안함과 같은 감정이 있었습니다. 자리를 잡은 제 앞으로 몸집이 크진 않지만 다부져 보이는 남성분이 자리를 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발마사지를 해주시는 분을 보면서 그분에게 있어 '발'이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의 마사지가 끝나고 팁을 드리러 그분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며 팁을 드렸습니다. 발 마사지를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여행기록 대신 생각기록


사람들

낯선 곳에서 평소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야시장에서는 개인적으로 평생 볼 사람의 총량을 채웠다고 말할 정도로 정말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했습니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텔에서, 택시에서, 쇼핑몰과 야시장에서, 가판대를 펴고 과일 등을 팔고 있는 재래(?)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조금은 낯설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길을 건너려 할 때 멈춰주는 차들을 만나기도 했구요. 물론 불편한 분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환경

비행기를 타고 가며 비행기 정보를 확인합니다. 고도 36,000피트에 온도는 영하 50도가 넘는다는 정보가 표시됩니다. 비행기라는 환경이 그 혹독한 환경을 우리가 지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치앙마이의 낮시간의 더위를  피해 일정을 수정하고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연환경을 우리가 임의로 바꾸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어쩌면 때로는 그러한 시도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혹독한 환경에 우리가 그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해볼 수는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36,000피트 상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라는 인위적 환경처럼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환경으로서 제도가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합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느리더라도 조금씩 해보고자 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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