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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r 25. 2024

살아가는 동력, '부끄러움'

변상욱 대기자님의 인터뷰를 보고

대학원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 회사 동료분과 커피를 마시다가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굳이 박사과정까지 하려고 하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직장 잘 다니고 있고 딱히 당장 일하는데 지장이 없는데 사서 고생을 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뉘앙스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질문을 그 이전에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참석 가능한 모임, 세미나 등에 열심히 나오는 저를 보면서 어느 선배님이 비슷한 말을 했었죠. 상황에서 저는 모두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냥 좋아서요"


돌아보면 그 당시의 대답은 일종의 부끄러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좋아하고 더 잘 하고 싶은데 그 마음과 달리 제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에 기반한 부끄러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 쌓여 시니어 역할을 할 때면 주니어  시기보다 아는 게 더 많아진 것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경험을 하고 조금 더 배우면서 알게되는 건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인사라는 일을 해온, 하고 있는 사람으로 요즘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인사라는 일을 해온 18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인사라는 일이 보다 나은 일이 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에서 오는 부끄러움, 수년 전 제가 남겨 온 흔적들을 되돌아보며 마주하는 부끄러움, 무언가 안다고 말을 하지만 어쩌면 모르는  것이 여전히 더 많다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 지금 현재 인사라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누군가에 대해 시행착오를 덜 하고 인사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길들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낸 미안함에 기반한 부끄러움 등이 복합된 감정으로서 부끄러움 등이 그 안에 있습니다. 


그 부끄러움을 제가 마주하는 방식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건 부끄러움을 감추는 것이 아닌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연결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 경험, 생각 등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 기존의 지식, 경험, 생각 등이 더 온전할 수 있도록 채워가는 시간들로 삶을 채워갑니다. 


삶을 살아가는 동력, 부끄러움


인터넷 유랑을 하다가 변상욱 기자님의 짧은 인터뷰 영상을 만났습니다. 40년 넘게 무언가를 하고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자님은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알지도 못하는데 떠들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 못가본 곳 못 만나본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뭘 안다고 했을까 하는 부끄러움, 미래 세대가 보다 잘 할 수 있게 길을 마련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선배들로부터 받은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것으로부터의 부끄러움 등을 말합니다. 그 부끄러움이 퇴직 후에도 쉬지 않고 조금씩 무언가를 하는 동력이라고 말이죠. 


조금만  더 채우는 시간을 가지고 나서 다시 브런치 연재 글로 나타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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