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 삶이 생각보다 복잡한 곳일 수 있어서 보이는 것으로서 숫자가 다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죠. 짐작하시듯 저는 후자의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는 세상, 삶은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이를 경영학에서는 '개방체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한번 정해져서 영원불멸의 정답으로서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매 순간 그 생존을 확인하고 보다 안정적인 생존을 위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현재에 있어 가장 적정한 수준/ 위치를 확보하는 일련의 활동들로 구성된 연속된 시간이라고 할까요?
대학생 시절에 공부방 활동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려면 무언가 가지고 있는 것 혹은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했지만 저에겐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가끔 왜 HR이라는 일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건네면서 다음의 말로 답을 마치곤 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죠. 제가 지금 하는 일을 올바르게 잘 해낸다면 적어도 제가 하는 일과 상호작용하는 사람, 조직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말이죠"
제가 HR을 하면서 제도(Institution)에 집중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인사제도를 올바르게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다면 그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 개인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죠. 제도로서 관련 법령이 시행되면 우리가 싫건 좋거나 간에 그 법령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인사제도가 시행되면 기업과 구성원은 일단 따라야 하니까요.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인사제도가 기업과 개인에게 거부감을 줄이고 연착륙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리더를 이야기합니다. 2006년부터의 현재까지 HR담당자로서 경험들이 2024년 현재 저에게 제도와 리더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수렴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제도의 도입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상태일 뿐이다.
중요한 건 그다음 발을 어떻게 내딛을 것인가이다.
그다음 발이 속도와 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속도와 방향이 제도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합니다. 봄은 여러 의미에서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풀어지고, 사람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꽃이 다시 피어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프로야구가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최근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은 핫한 이슈로 ABS와 Pitch Colck이라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ABS와 Pitch Colck이라는 새로운 제도는 언제나 그렇듯 그 제도를 처음 만나는 모든 이에게 낯설음을 제공합니다. 그 낯설음은 개인마다 그 정도의 차이도 있을 겁니다. ABS와 이라는 Pitch Colck 새로운 제도가 좋은 제도인지 나쁜 제도인지에 대해 저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제도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와 현재부터 이후 시간 동안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HR, 성과관리 분야에서 현재 기준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제도로 OKR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OKR전도사라고 불리는 John Dorr는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Like any management system, OKRs may be executed well or badly
어쩌면 제도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제도를 시행하고 난 이후의 시간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그거 내가 했어"라고 말하는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든, 도입한 제도가 아니라 야구라는 스포츠의 성장을 위한 마음을 담아 만든, 도입한 제도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