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이 현장과 많이 맞지 않아요"
"그러면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대표님이 만드신 규정이에요"
조금은 묘한 이 대화는 지난 시간 중 제가 경험했던 일화이기도 합니다.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가 제가 한 대사였죠. 해당 기업은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말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다양성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음에 이어지는 일들은 이렇게 될 겁니다.
리더 : 규정을 만들었으면 지켜야 하는데 왜 안지키는 거지?
구성원 : 규정대로 하면 현장에서 일을 하기 어려워요.
리더 : 규정 만들 때 다 공유하고 논의도 했잖아? 안 지킨 거 합리화하는 거 아냐?
구성원 : ... ...
리더 : 자 팩트로 말하자. 규정이 있고 만들 때 논의와 공유도 했고, 지금 안 지킨 거 맞지?
이 대화에서 누가 옳고 누가 잘못된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사실 답을 할 수 없습니다. 리더와 구성원 모두 옳을 수도 틀렸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해당 상황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현재상태와 바람직한 상태 사이의 거리(distance)로서 문제를 정의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론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위의 대화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규정
제가 글을 통해 종종 이야기하는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제도가 더 이상 필요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죠. 아울러 제도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을 가지고 있다구요.
규정도 제도의 한 유형입니다. 따라서 규정은 구성원이 규정을 지키게 함으로써 구성원의 행동을 강제성에 기반하여 제약합니다. 구성원도 규정이라는 것이 지키라고 만들어져 있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죠. 그런데 구성원이 규정상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사람
가장 쉬운 건 그 구성원 개인에게 페널티를 부여하는 겁니다. 이는 해당 구성원 개인 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효과도 바로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의 성장을 저해합니다. 현장의 변화를 규정이 따라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정의 개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줄어들고 현장과 규정 사이의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멀어질 겁니다. 제가 종종 소개드렸던 제도이론의 개념으로서 '디커플링'이 나타나기 시작할 겁니다.
문제정의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무엇으로 '문제정의'를 말합니다.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이죠. 문제가 어떻게 정의되는가에 따라 그 문제의 해결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일 현장의 변화를 규정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겁니다. 만일 구성원이 개인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면 그건 그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규정의 보완은 필요합니다. 개인의 일탈도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도둑질 문제가 발생합니다. 도둑질을 하면 안된다고 정하고 있는지 도둑질이 발생합니다. 공화당처럼 급진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해당 행위를 한 개인은 적어도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습니다. 도둑질은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일이니까요. 하지만 특정 개인의 탓으로만 두면 이후에도 비슷한 일은 계속 발생할 겁니다. 민주당의 말처럼 제도 개선 역시 필요합니다. (그게 복지시스템인지 아닌지는 문제정의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규정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소통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소통의 과정은 규정이 과거 제정된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규정은 지켜야 할까요? 네 규정은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규정 역시 기업 경영의 방향성 달성을 위한 도구라는 점을 항상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단 하나의 진리가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