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20년 2일차를 보내며
잠을 잘 못잤습니다. 몸은 기대감, 설레임, 걱정 등의 온갖 감정들이 가득 차 있었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일어납니다. 새벽 5시,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직은 어색한 양복을 입고 학창시절 교복의 기억을 더듬어 넥타이를 메고 고시원을 나섰습니다. 혹여나 놓칠까 서둘러 나간 정류장에서 아직은 조용한 하루의 시작을 기다립니다. 아직은 이른시간의 광역버스에는 이미 출근에 익숙한 많은 분들이 있었고, 다들 잠을 청하고 있는 버스 안에서 혼자 깨어 내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출근시간 서울 강남의 한 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에 놀라며, 동시에 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티가 나지 않게 어색한 모습으로 회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위 이야기 속 주인공은 2004년 12월 13일 태어나 첫 출근을 하는 Opellie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2024년 12월 15일입니다. 정확히 20년 하고 2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일부를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에 기록하고 있기도 하죠. 20년이라는 숫자는 개인적으로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에는 다른 단어가 있습니다. 1년차 Opellie, 10년차 Opellie, 그리고 갓 20년을 넘고 있는 지금의 Opellie 모두에게 변함없이 적용되는 중요한 단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년차 Opellie부터 20년차 Opellie까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중요한 단어, 바로 「성장」이라는 단어 입니다.
썸트랜드 사이트에 들어가 「성장」이라는 단어를 넣어 봤습니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긍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가 바라는 것 혹은 우리가 희망하는 것의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사관점에서 제가 하는 이야기도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으로서 인사제도」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죠. 그런데 사견으로 「성장」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우리들에게 편한 느낌을 주는 단어는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변화」라는 단어를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12월 13일, 첫 출근날부터 저는 야단을 맞았습니다. 감사실에 배정받아 서류 상 숫자들이 맞는지 계산기로 일일이 확인하는 일 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던 감사과장님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저를 보시곤 뒤통수를 한 대 때리셨죠. 이유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언제 서류들을 다 확인할 수 있겠냐고 말이죠. 이후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저는 엑셀을 사용하고 있고 감사과장님은 여전히 계산기를 사용하고 있었죠. 우리가 짐작하듯 업무 효율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계산기만을 정답으로 보는 관점을 유지하면 이미 계산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계산기는 '익숙함에 기반한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계산기만 사용해온 사람에게 엑셀이라는 새로운 도구는 알지 못하는 불편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산기를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보다 가까운 모습은 계산기보다는 엑셀을 사용하는 것, 나아가 상황에 따라 계산기와 엑셀 중 보다 적합한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낯선 변화로서 엑셀을 익숙한 편안함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우리는 다른 표현으로 '변화관리'라 말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변화」라는 단어를 수반합니다. 저는 이를 다음의 문장으로 이야기합니다.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나"
이 문장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건 '어제의 나'가 가지고 있던 부족함을 채우고 잘못된 점을 제거하고 새로운 방식을 익히는 등의 활동들로 연결됩니다. 어제까지는 몰랐던 영어단어를 오늘은 알고 있다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영어단어를 좀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첫 출근을 한 날로부터 20년하고 2일차를 보내고 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은 저에게 생각할 많은 재료들을 제공해주지만 동시에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를 구속하려 하기도 합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답을 생각해 봅니다.
"Opellie, 너는 지금도 성장하기를 원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합니다.
"물론이지. 성장이란 살아있는 매 순간 필요한 것 아닐까?"
2024년을 보내는 12월, 사회생활 20년 2일차를 보내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로서 성장을 위해 마주해야 할 변화의 모습을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