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사람 대신 올바른 인사가 되기로 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어서오세요~"
나는 나즈막한 산의 어느 중간 지점에 서서 삼삼오오 모여 올라오는 구성원분들에게 자체 제작한 행운권을 한장씩 나누어주고 있었다. 회사에서 기획한 자체 소풍이었다. 당시 우리는 행운권을 우리가 사전 답사하고 정한 지점에 도착한 분들에게만 드리는 것으로 기준을 정하고 미리 공지를 했었다. 해당 지점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행운권은 제공되지 않았다. 행운권은 인사팀에서 나눠주기로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 구성원의 얼굴을 다 알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어서오세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환영과 격려의 말과 함께 행운권을 한장씩 나눠준다. 이 행운권은 산행 후 식사 자리에서 추첨을 통해 상품으로 교환될 예정이었다.
시간이 흘러 사전에 정하고 알린 시각이 지나고 행사를 운영하는 우리들도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산 아래 초입에는 산에 올라오지 않은 일부 구성원분들이 있었고 그중 한분이 나를 보고는 다가오면서 말을 건넨다
"팀장님, 저도 행운권 한장 주시면 안될까요?"
순간이지만 머릿 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오가고 있었다. 기분전환으로 기획한 소품이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주어야 할까? 종이 한장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고 주면 구성원분도 좋은 것 아닐까? 하지만 행운권을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해놓은 기준이 있는데? 여러 생각들이 오가는 찰나에 내 눈에 들어온 건 주변의 다른 구성원분들이었다. 우리는 행운권의 기준을 사전에 공지했고 누군가는 그 기준을 지켜 행운권을 받았다. 반면 누군가는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줄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했을까?
"미안합니다~"
한 개인으로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와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 중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종이조각 하나를 건네주면 되는 아주 사소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로서 나에게는 우리가 사전에 정한 기준을 지킬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기도 했다.
"팀장님, 왜 그때 있잖아요"
"네?"
"우리 산으로 소풍갔던 날요"
"네"
"그때 A가 올라가지도 않았으면서 행운권 달라고 했을 때 왜 안주셨어요?"
소풍날 이후 며칠이 지난 시점이었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게 우리가 사전에 정한 기준이니까요"
내 말에 돌아온 팀원의 말은 이랬다.
"그때 팀장님이 A에게 행운권을 주셨다면 조금 서운했을거예요"
"올라오지 않았으면서 달라고 한거잖아요. 그래도 기준을 지키려 노력한 사람들의 노력이 의미없게 되는"
인사라는 일을 하며 나는 원칙과 기준을 강조한다. 이들이 기준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려면 우선 기준이 그 기준을 적용받거나 활용하는 이들에게 공유되어야 하고, 그렇게 공유된 기준은 모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지켜져야 한다. 리더니까 혹은 기준을 만든 사람이니까는 예외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때 내가 행운권 종이를 건넸다면 어땠을까? 그걸 본 누군가는 인사팀장이 만든 예외상황에 속상해하고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까? 같은 일도 누군가에게는 사소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속상한 일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은 사람 대신 올바른 인사가 되기로 했다.
나는 좋은 사람 대신 올바른 인사를 고민하고 만들어가려 노력한다.
인사제도를 이야기하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이론과 현장 경험을 오가며 인사제도를 이야기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