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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별명

by Opellie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어릴 적엔 친구들끼리 일종의 별명들이 하나 둘 쯤은 있었다. 많은 경우 그 별명들은 이름에서 연상되는 경우였는데, 사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온 이후로 별명은 일종의 추억으로만 남겨져 있곤 했다.


"팀장님 게임 같이 해요"


"네?"


당시 새로이 카OOOO라는 모바일 게임이 나왔었고 제법 유행을 했었다. 회사 구성원분들 중에서도 해당 게임을 하는 분들이 있었고, 그네들은 점심시간에 모여서 같이 게임을 하곤 했다. 혹자는 회사 내에서 무슨 게임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점심시간이었고 서로 다른 직무의 구성원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친밀감을 만들어가는 시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제가 게임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제가 잘 못하는 장르라서요"


에둘러 답을 피하는 나에게


"괜찮아요. 저도 못하는데요. 그리고, "


"닉네임도 미리 지어 놨어요"


그는 네 개의 닉네임이 적힌 메모지를 나에게 건넸다


실제 받았던 닉네임이 적힌 메모지


같이 게임을 하는 분들이 모여 생각한 닉네임이라고 했다


"그중 하나로 아이디 만들어서 저녁에 들어오세요~"


그날 저녁 나는 별명하나를 골라 게임에 참여했다. 예상대로 게임 내에서 나는 저만치 뒤 순위에서 놀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인턴이고 리더이고 동지였다. 핵아싸인 나는 그들 덕분에 잠시 핵인싸가 되어 보기도 했다. 그들에게 나는 막둥이도 되었다가 혁명가가 되기도 했고 반가운 사람이 되기도 했다.. 는 나름의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어릴 적엔 별명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딱히 창의적이거나 나를 잘 표현한다기보다는 이름에 빗대어 불린 것들이었다. 사회에 나와 나이가 차고 난 뒤 얻은 별명은 나에게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진을 간직하고 은근슬쩍 자랑하는 이유이다


인사제도를 이야기하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이론과 현장 경험을 오가며 인사제도를 이야기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모난돌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인사와 관련하여 직접 작성한 글, 자료 등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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