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노동법들이 무섭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보다 고려할 사항들도 많아졌고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금지와 같이 인사의 현장에서의 판단을 요구하는 법령들도 많아지고, 인사의 판단에 대한 책임의 이슈도 늘어나는 듯합니다. 인사를 하려면 노동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더 고민이 깊어집니다. 인사는 계속하고 싶은데 법에 대한 압박감? 두려움? 그런 것들도 그 강도가 세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님이 느끼시는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부담은 오늘날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특히 이전부터 인사업무를 해온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아마 많이 느끼고 계신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엔 법령이 개정되고 나면 교육, 도서 등을 통해 변경된 내용을 확인하고 주어진 기준이나 가이드를 따라 하면 되었다면 오늘날에는 인사의 판단을 요하는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말씀 주신 직장 내 괴롭힘 금지의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으로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기준에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초과한 행위」라는 기준이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업무상 적정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죠. 법 취지와 현재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거나 사회통념상 판단을 말하지만 '종합적'이라거나 '통념'이라는 것도 모호한 단어입니다.
법을 설명하는 여러 방식들이 있겠지만 저는 이를 크게 다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절차적 영역과 내용적 영역의 두 가지입니다.
절차적 요건은 인사담당자인 우리들의 해석을 요하지 않고 법이 무조건 지키도록 하고 있는 항목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지체 없는 조사', 제3항에서 정하고 있는'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요건들은 비교적 명확하여 향후 갈등이 공론화되었을 때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가 쉽게 판단이 가능합니다.
2019년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법조항이 시행되었을 때 전 임직원분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법이 시행되기 몇 개월 전이라 사례는 없고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한 가이드만 있었고, 설명회는 해당 가이드를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진행한 Q&A에서는 기준이 많이 모호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당시 저는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현재 나와있는 기준이 아직은 사례등이 약해서 모호한 건 사실입니다."
"현장에서 다소 애매하다 싶은 상황이 있으시면 인사팀에 말씀 주세요."
"인사팀에서 판단하겠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판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법에서 '판단'이라는 단어는 '해석과 적용'의 의미를 가집니다. 법을 해석하고 이를 현장상황에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대답이 가능했던 이유로 제가 법제도에 대한 저항감이 낮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인사담당자 2년 차부터 개별법 위주로 노무업무를 해왔고 노동법 학원을 다녔다는 점도 있겠지만 법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만나는 것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근로기준법 등 우리 업무와 관련된 사례들로 말이죠. '판단'은 익숙함에 기반한 자신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절차적 요건은 법제처에서 법령을 검색하여 확인하거나 노무사 자문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내용적 요건에 해당하는 판단,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법과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만날 때 부담스럽지 않은 친구가 되는 것이죠. 누군가와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있다면 그건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법과 자주 만나는 방법으로 제가 사용하는 방법으로 대법원 판례 메일링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판례속보 메일링 신청을 하시면 메일로 주요 판례들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메일이 오면 판례 중 인사와 관련된 판례들만 살펴보시면 되죠. 이외에 현장에서 검토할 사안들이 있을 때 기존 판례들을 검색해 살펴보는 습관을 추가로 제안합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판례의 해석과 그 해석의 근거, 기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노동법이 어렵습니다. 아니 노동법들이 무섭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보다 고려할 사항들도 많아졌고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금지와 같이 인사의 현장에서의 판단을 요구하는 법령들도 많아지고, 인사의 판단에 대한 책임의 이슈도 늘어나는 듯합니다. 인사를 하려면 노동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더 고민이 깊어집니다. 인사는 계속하고 싶은데 법에 대한 압박감? 두려움? 그런 것들도 그 강도가 세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사분야에서 법적 규제와 책임 강화의 흐름이 있는 건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법제도는 인사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점에서 인사담당자로서 우리들은 법의 취지, 변화 흐름을 이해하고 맞춰가야 합니다. 과거의 노동관계법령은 우리들에게 주로 절차적 요건을 요구해 왔다면 오늘날 노동관계법령은 인사담당자로서 우리들에게 내용적 판단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적어도 우리가 일하는 법제도와 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절차적 요건은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하지만 내용적 요건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인사담당자가 법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이며, 이를 위해 판례속보 메일링 서비스를 포함해 법과 자주 만나는 의도적인 노력을 꾸준히 해보시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