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나를 위해
늦잠을 잤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 좀 더 어렸을 때는 새해부터 시간을 낭비하며 늦잠을 잤다고 마음속으로 반성을 하곤 했는데, 이젠 나이도 먹고 체력이 금세 방전되기도 해서 늦잠은 오히려 다음 일을 더 잘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좋은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20대의 마지막인 2019년의 시작.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고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까?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했던가.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궁금해졌다.
브런치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진재님의 Year-end Workshop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해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려고 한다.(이런 좋은 워크숍을 뒤늦게 발견하여 참석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2018년의 노래 - Bohemian Rhapsody
영화로 알게 된 퀸의 노래들. 그중에서도 Bohemian Rhasody를 올해의 노래로 뽑고 싶다. 이미 예전에 명곡임을 알고 들어 봤었는데 왜인지 그때는 전주 부분만 듣고 별로다 싶어 꺼버렸는데 지금은 흘러가는 모든 멜로디가 참 아릅답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들의 스토리를 알게 되서가 아닐까 싶다.
#2018년의 장소 - 연세대 공학원
2018년에 무사히 시리즈A 투자를 받고 팀원도 늘어나 정들었던 연세대 공학원을 떠나 합정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현재 이사 온 사무실보다 공학원이 좀 더 그립다. 아무래도 나무와 풀, 산이 함께하는 캠퍼스 안이라 사계절마다 변하는 모습이 보기 쏠쏠했고 아직은 푸릇푸릇한 학생들의 젋은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았다. 또 저렴하면서 맛있는 곳도 많고 참 좋았는데 아쉽지만 더 나은 업무 환경을 위해 떠나야만 했다.
#2018년의 영화 - 어벤져스3
올해의 영화는 단언컨대 마블 시리즈인 어벤져스3가 아닐까 싶다. 스톰 브레이커를 들고 와칸다로 나타난 토르 씬은 모든 마블 영화 통틀어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토르짱) 그리고 모두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엔딩까지. 마지막인 어벤져스4는 드디어 올해 개봉한다. 얼른 보고 싶다.
#2018년의 음식 - 커피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는데 이제는 일주일 내내 마시게 되었다. 커피의 맛을 알아 버렸다. 하루에 많게는 4잔까지도 마시게 되었다. 덕분에(?) 건강검진에서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을 판정받았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커피를 끊었다. 최근에는 정말 가끔씩 주말에 반잔 정도 마시고 카페를 가게 되면 되도록 커피가 아닌 음료를 고른다. 그밖에 대체제로 카페인이 없다는 루이보스티나 구수한 돼지감자차를 먹고 있다. 끊으니 나름 좋다.
#2018년의 사람 - 초등학교 동창들
초등학교 때부터 알아 온 3명의 친구가 있다. 약 2~3년 전에 내가 이사를 간다고 선언해서 뭔가 떠나기 전 한 번 다 같이 보자고 해서 이어진 만남이 어느샌가부터 분기에 1번씩은 만나고 있는 것 같다.(정작 이사를 안 감)
올해는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 하늘공원 산책, 부산 여행, 에버랜드를 부지런히 다녀왔다. 아쉽게도 송년회는 한 친구가 독감에 걸려 하지 못했다. 대신 신년회를 하기로 했다. 시간 맞추기가 어려운 게 흠이지만 막상 만나면 다들 초딩으로 돌아간 것처럼 떠들썩해서 재미나기도 하고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나 싶어 이렇게 모여 있는 게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내년에는 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 열심히 축하해주고 집들이 가야겠다!
#2018년의 잘한 일 - 디자인 컨퍼런스 다녀오기
한동안 디자인 관련한 밋업이나 관련 컨퍼런스에 가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뭔가 힘을 내서 한번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일에 치이고 하면 만사가 귀찮아 그냥 가만히 쉬고 싶은 심정이다. 어디를 다녀올 에너지가 없달까?
근데 결론부터 말하면 다녀오길 잘했다. 마인드셋이 달라지고 조금 더 내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생겼다. 또 이러한 디자인 지식과 사고들을 후에 사내 세미나에서 공유까지 하게 되어 다녀온 보람이 더 컸다.
#2018년의 유튜브 - 회사 워크샵
아주 드문드문 회사 관련한 영상들을 제작하고 있는데 올해 회사 연말 파티에서 지난번에 다녀온 워크샵 영상을 공개했다. 찍을 당시에는 굉장히 번거롭고 힘들었는데 팀원들이 별거 아닌 나의 편집과 자막에 웃어줘서 뿌듯했다. 새삼 유튜버들의 부지런함과 끈기에 박수를 치고 싶다.
2018년을 월별로 나누어 스스로에게 영향을 끼친 주요 사건들을 간략하게 적은 후 당시의 감정 상태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다행히 일기를 잘 써놔서 참고하며 쉽게 적을 수 있었다.
4월은 내가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을 이룬 달이라 굉장히 행복한 달이였고 이후 쭉 안정적이다가 6월부터 불볕더위가 시작되면서 극심한 두통이 오고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 혹은 순간 세 가지를 고르고 다음에 답해보자.
1. 어긋난 약속
(1) 그 사건, 순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 인간 관계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날이다.
(2) 이 사건에서 내 자신과 내 행동, 혹은 타인과 타인의 행동에 대해 무엇을 배우셨나요?
- 하지만 조금 더 내 감정을 잘 추스른 후 정면 승부를 봤다. 대화를 통해 잘 풀었다. 전화 혹은 메신저로는 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있다. 얼굴을 마주하고 하는 커뮤니케이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3) 어떻게 하면 내년에는 긍정적인 기분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기분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 아닌 것은 그 자리에서 대화를 통해 바로 말하자. 감정을 쌓아놓지 말자. 정말 소중하다면 자존심은 넣어 두자. 상대방 역시 상처 받을 까 봐 겁나는 또 다른 나다.
2. 행사 준비
(1) 그 사건, 순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 하나부터 열 가지 모든 것이 처음 해보는 익숙지 않은 일들이라 실수도 많아서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다.
(2) 이 사건에서 내 자신과 내 행동, 혹은 타인과 타인의 행동에 대해 무엇을 배우셨나요?
- 지금은 모르더라도 나중을 위해서 그때 내가 어떻게 이 일을 진행했는지 따로 기록을 해두었다. 내 기억력을 의심한 과거의 나에게 칭찬하고 싶다. 또 사소한 것이라도 주의 깊게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쇼핑하러 간 곳의 벽면에 무심코 걸려 있는 이미지는 어떤 소재를 활용해서 전시되어 있는지, 그 이미지 속에 쓰인 폰트는 어떤 스타일인지 등.
(3) 어떻게 하면 내년에는 긍정적인 기분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기분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 부정적인 기분이 들었던 가장 큰 원인은 실수를 통해 밀려오는 자괴감이었다. 인정하자. 자괴감 들 필요 없다. 실수를 내 마음에 잡아두지 말자. 빠르게 인정하고 몰랐던 것을 정확히 배우자. 배운 후에는 또 다른 실수를 낳지 않기 위해 잊지 않고 기록해두자.
3. 프로덕트 디자이너
(1) 그 사건, 순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 환경과 상황에 의해 결정된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한계점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방향성이 달린 일이니 매우 고민을 많이 하고 신중했었다.
(2) 이 사건에서 내 자신과 내 행동, 혹은 타인과 타인의 행동에 대해 무엇을 배우셨나요?
- 더 큰 성장을 위해 도전적인 결단을 내렸다. 어깨가 무거웠지만 내 주변에는 얼마든지 나를 도와줄 팀원들이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었다.
(3) 어떻게 하면 내년에는 긍정적인 기분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기분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너무 많은 미래의 상황을 걱정하며 생각하지 말자. 오늘을 열심히 살자.
위 리플렉션에서 생각하고 느낀 바를 토대로 2019년 올해의 테마를 정하는 일이다.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테마를 따와도 된다. 고민해봤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
결국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성장하자'다.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다만 그 기준이 남들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생각하자.
2018년을 잘 되돌아봤으니 이제 올해 2019년을 위한 준비를 해보는 시간이다. 각 파이 안에 키우고 싶은 스킬을 적은 후, 현재 각 스킬이 어느 정도 레벨인지를 평가해봤다.
1.커뮤니케이션
- 내 역할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엮여 있기 때문에 파트너들과의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지금도 여전히 그 스킬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할 수 있을지 도움되는 글도 많이 읽어보고 내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겠다.
2.코딩(리액트)
- 개인 포트폴리오 및 블로그를 위해 리액트를 공부 중이다. 혼자서는 무리고 개발자 분이 도움을 주시고 있다.
3.영어
-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후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왔다. 그래서 영어 능력을 더 키우고 싶다. 아티클을 읽고 모르는 단어는 따로 정리하고 있다. Cake라는 영어 앱으로 실생활 표현도 익히고 있다. 여유가 되면 초딩처럼 영어 일기를 짧게라도 써보려고 한다.
4.체력
- 체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흑) 회사 와서 살도 많이 찌고 몸이 무거워지니 생각도 무거워지는 듯하다. 모든 일에는 기본 체력이 있어야 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니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올해는 반드시 내 건강을 되찾겠다.
5.기획 능력
-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기획 능력이 필수다. 지금까지는 Visual이라는 나무를 보았다면 이제는 숲을 봐야 할 차례다. 회사 내 기획자, PM과 함께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기획에 있어 항상 why를 생각하자.
6.비즈니스 전략
- 결국엔 내가 하는 업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프로덕트가 나올 것이다. 어렵지만은 비즈니스에 관해서 꾸준히 공부하자. 적어도 우리 서비스에 관한 비즈니스는 정확히 알고 있자. 책을 봐도 좋고 팀 내 전략가의 도움을 얻어 틈틈이 지식을 쌓자.
7.드로잉
- 작년에 원데이 클래스로 배운 블라인드 드로잉이 생각보다 재밌고 스트레스가 풀려서 수업 이후에도 혼자서 그려보곤 했다. 지금은 안 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취미로 키워봐야겠다.
8.다독
- 작년 연말 즈음 리디북스의 이북리더기를 샀다. 아침 출근 지하철에서 10분 정도 읽고 있다. 계속해서 이 상태를 유지하고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아침에 회사 도착해서 잠깐 독서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오늘 이 과정을 겪고 새해를 시작하게 되어 자랑스럽다. 확실히 나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간단하게나마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덕분에 내가 올해 무엇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인생은 결국 선택과 집중이다. 2019년 연말에는 부디 긍정적인 기분이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