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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브랜든 May 18. 2017

호주 거지, 영어 잘 할까?

세상 만만 한 나만의 무기 만들기

호주 거지, 영어 잘 할까? 


호주에 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한국 친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호주 청년 밥(Bob)이 있었다. 그 친구는 자기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데 그 이름이 ‘이태원’이었다. 상상을 해보라. 노란 머리 호주 사람이 자기 이름은 ‘밥’이고 자기 강아지 이름은 ‘이태원’ 이라며 한국사람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돌아다닌다면 그 친구가 얼마나 영어를 막 배우고자 호주에 온 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까 말이다. 랭귀지 스쿨 외에 길거리에서 만나는 가장 쉬운 호주 사람이었기에 그 친구랑 조금 친해질 수 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와 함께 어설픈 영어를 하면서 여러 친구들과 함께 술을 먹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내 준 숙제를 ‘밥’에게 내밀었다. 그림 6장을 보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영작 해오라는 숙제였다. 하기 싫다는 ‘밥’에게 겨우 그 역할을 담당시켰다. 그다음 날 당당히 숙제를 제출하고 얼마나 칭찬을 받을까 기대하고 있는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What’s going on, Brendon?”“What’s wrong?” 문법도, 스펠링도 엄청 틀린, 성의 없이 제출한 숙제라고 엄청 혼이 났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호주 사람이 직접 해준 건데...’


호주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어렸을 때 이민 온 교포 대학생의 진솔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유학생이 부러워하는 영어 말하기가 너무도 편해 보이는 친구였는데 생각지도 않게 그 친구는 유학생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호주에서 학교를 다녔으니까 집에선 제가 영어를 엄청 잘 하는 걸로 아세요. 하지만 영어로 잘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휘력이 부족해서 한마디로 할 수 있는 말을 빙글빙글 돌려서 그 단어를 대신해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말이 길어져요. 영어 못하는 사람이 보면 영어를 잘 한다고 착각하지만 저는 영어 실력이 진짜 부족해요. 문장이 길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 실력이에요. 도리어 저는 유학생들 보면서 어휘력이 너무 좋아서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를 부러워했던 유학생들의 영어실력이 드러나는 아이러니한 고백(?)이었다.


 호주 청년 ‘밥’과 교포 대학생의 경우처럼 영어환경 속에 노출되어 자주 영어를 사용하게 되면 일상적 삶 속에서 의사소통이나 표현에 있어서 크게 불편함 없는 영어 사용이 가능해 보인다. 이들은 영어가 계속 흘러나오는 환경 속에서 듣고 말하기를 되풀이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언어를 구사하게 된 경우로 ‘학습(learning)’이 아닌 ‘습득(acquisition)’으로 영어를 하게 된 경우이다. 하지만 ‘학습’은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학습’이 지속되지 않는 ‘습득’만으로는 고급 영어가 불가능하다.   


 한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문맹 할머니도 일상의 삶에서는 아무런 지장 없이 한국말 사용하면서 대화를 이어가신다. 아무도 그 할머니가 한국말을 못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 할머니가 한국어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실제로 모든 것을 제대로 파악하며 표현하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불편함 없는 영어 사용이 가능해 보이는 것일 뿐, 아무런 지장 없이 한국말 사용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호주에 도착한 지 한 달된 유학생 친구가 생각이 난다. 호주인과 대화를 해보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고민하던 어느 날이었단다. 호주 거지가 2달러만 달라고 구걸을 하는데 모르는 척 피하고 걸어가다 ‘저 호주 거지도 잘 생각해보니 English Native Speaker(원어민) 구나’ 생각이 들어 그 거지를 쫓아가서 이야기했단다.

“ I will give you $10, please talk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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