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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광 Feb 18. 2018

편의점 야간알바가 '땡보'라고?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지...

일반적으로 편의점 알바라고 하면 카운터 앞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손님이 들어오면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남겨주는 모습들을 떠올리지요. 편의점 야간 알바가 세상 편한 ‘땡보’처럼 보이는 것은 이러한 지레짐작에서 비롯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기 시작하는 새벽 1시, 물류센터에서 박스 더미가 배달됩니다. 편의점 야간 알바생의 고군분투가 펼쳐집니다.


편의점 야간 업무의 핵심은 검수와 진열입니다. ‘검수’는 배달된 물건들 중 안 들어온 것은 없는지, 들어온 물건의 수량은 정확한지 일일이 확인하는 일입니다. ‘진열’ 검수가 끝난 물건들을 제자리에 하나하나 ‘선입선출’에 따라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들을 앞으로 내놓고 방금 들어온 상품은 그 뒤로 진열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좁디좁은 진열대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본 사람은 압니다.


야간 알바생에게 카운터 일은 검수와 진열에 비하면 잔일에 가까울 정도랍니다. 정리해야 할 물건들이 편의점 한구석에 공간을 차지하고 버틴 채 알바생의 손길이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산처럼 쌓인 온갖 것들을 보고는 손 하나 까닥하고 싶지 않은 그 권태로운 마음을 여러분은 아시는지요.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루기에도 늦은 그때 서둘러 상품들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으면 손님이 불쑥 매장에 들어옵니다. 물건 세어보랴, 일일이 또 정리하랴, 그 와중에 손님맞이하랴 정신 없는 시간입니다. 몸이 하나뿐이라 애석하기만 합니다.


몇 평 되지도 않는 편의점에 상품은 어찌나 많은지. 넓지도 않은 공간에 오밀조밀 진열된 물건의 가짓수를 세어보다가 저는 그만 질려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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