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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광 Jun 27. 2017

주휴수당이라는 계륵

모르면 약, 알면 병


*이 글은 주휴수당에 관한 상념입니다.


대부분 편의점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편의점 알바생에게 야간수당은 ‘그림의 떡’조차 안 됩니다. 야간 알바생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간혹 본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직영점’의 경우에는 야간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만,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지요.


주휴수당은 다릅니다.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도, 편의점 알바생이라고 하더라도, 주휴수당은 받을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주휴수당은 임금입니다. 근무시간*최저시급에 해당하는 금액만 월급으로 제공되는 것은 반칙이라는 이야기지요. 이런 사실은 근로기준법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5조(휴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라면 그 고용유형이 아르바이트이든 뭐든 상관없이 당연히 받아 마땅한 게 주휴수당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 주휴수당은 근로자에게 당연히 줘야 하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근거하면 그렇습니다.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챙겨준다, 못 챙겨준다 말하는 것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인 듯합니다. 주휴수당의 존재를 모른다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못 받아도 억울할 일 없겠습니다. 최저시급만 제대로 받는 것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겠지요. 아는 게 병입니다. 주휴수당이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부터 아르바이트 구직자는 괴롭습니다. 면접에서 사업주가 “주휴수당은 없어요”라고 말해도 속으로만 구시렁대고 대꾸하기가 어렵습니다.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가는 주휴수당은커녕 최저시급도 못 벌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은 못 받아도 언젠가는 받아낼(?) 수 있습니다. 편의점 알바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역사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시점에 이뤄집니다. 우선 그동안 지급되지 않은 주휴수당을 점장에게 청구합니다.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문제없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번거롭지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시간이 며칠 걸릴 뿐입니다.


법은 법이고 현실은 현실입니다. 주휴수당은 사업주의 선심(善心)에 달린 듯합니다. 주휴수당이 알바생에게 떨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합니다. 매출액에서 당기순이익이 산출되는 지난한 과정이 연상됩니다.


매출 - 매출원 - 판매관리비(인건비 등) + 영업외수익 - 영업외비용 - 법인세비용

= 당기순이익.


주휴수당에 인색한 사업주들은 안정적인 당기순이익이 보장된 이후에야 주휴수당을 ‘챙겨줄’ 생각인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안정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알바생이 성심성의로 일하는 게 눈에 보인다면, 사업주가 주휴수당을 챙겨주게 되지 않을까, 저는 상상해봅니다.


상상은 그저 상상입니다. 안정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상황은 없습니다. 편의점 점주들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소식이 걸핏하면 들려옵니다. 퇴직금과 저축금을 털어서 편의점 창업에 뛰어들고도 돈은 돈 대로 못 벌고 고생만 사서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전해집니다. 1인 가구, 노령화, 맞벌이 가구 증가 등에 힘입어 편의점 업계는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한다지만 이런 호재가 개별 점주들에게까지 가닿지는 못하나봅니다. 지난 9년간 편의점 본사의 연 매출액은 3배가량 올랐지만, 가맹점주의 매출액은 22% 증가한 데 그쳤다는 소식도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편의점 점주 하느니 차라리 알바생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편의점 점주의 손익계산은 이렇습니다. 우선 65(점주)대 35(본사)로 이익을 배분합니다. 이 65에서 임대료 빼고 인건비 빼고 이것저것 비용 빼고 남는 금액이 점주의 계좌로 돌아갑니다. 만약 한 달 매출이 5000만원쯤 나오는 점포에서, 야간 알바생만 고용하는 대신 점주가 휴일·주말 없이 오전·오후 직접 근무하는 경우, 점주에게 떨어지는 순이익은 150만원 내외라고 합니다.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관련기사: ‘편의점 3만개 시대’의 명과 암 (KBS 경제타임)


알바생도 비슷하게 법니다. 5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알바생이 주휴수당을 포함해서 받는 급여가 한 달(28일) 기준 1,552,800원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주휴수당을 제외하고 나면 알바생은 1,294,000원을 받습니다. 알바생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 만큼 점주는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겠지요. 주휴수당 258,800원이 마땅히 인건비 명목으로 ‘비용’ 처리되는지, 아니면 ‘영업이익’으로 계산되는지 여부는 점주에게 민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왠지 모르게 죄스럽습니다. 알바생이 편의점 점장에게 주휴수당을 ‘청구’한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점장님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요. 처음에 ‘주휴수당은 없다’는 데 동의하고 몇 달 일하고, 나중에 한 번에 주휴수당을 청구한다면 점장은 자신의 한 달 월급보다 많은 돈을 알바생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정녕 준법은 위선일까요.


차라리 사업주가 악덕하다면 문제는 간단해집니다. 앞뒤 사정 감안할 것 없이, 알바생이 자기 몫을 챙겨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주휴수당은 일종의 징벌수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상황이 웃깁니다. 알바생이 점장님을 걱정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요. 일단은 제 코가 석자입니다. 생활비가 부족한 탓에 '이번 달에는 전기세를 미납해야 하나, 통신요금을 미납해야 하나' 고민하는 처지의 알바생이 명색이 사장 소리 듣는 편의점 점장님을 걱정해야 한다니, 넌센스입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이 누굴 걱정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구 코가 석자인지,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일일까요. 여전히 승자 없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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