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광을 립밤에게
아빠는
"아빠 - 해줄까?" (그렇다, 버르장머리없는 막내딸은 아직도 아부지에게 반말을 찍찍 쓴다) 하면
"아니~" 하신다.
그럼 나는
"응~" 하고 안 한다.
전날 피곤하셨던지 저녁을 먹고 보니 아빠 윗입술이 부르트기 시작했다.
아빠도 밥 먹을 때 불편했던지 여간해선 어디 아픈지 티를 절대 안 내는 어른이
"아이고 따끔하네" 했다.
서울 자취방에서 입술 트지 말라고 자기 전 바르고 자는 립밤을 조금 덜어 챙겨왔는데
대나무 자리에 누워있는 아빠에게
"아빠 이거 발라줄까?" 하면 당연히
"아니~" 할 거라서
그냥 냅다 부르튼 윗입술에 발라드리고 짐짓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참외나 깎아 먹을까~" 하고 냉장고로 갔다.
다음날, 빨갛게 부르텄던 아빠 입술이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별안간, 예상외의 효과가 있었다.
나는 한 번 더, 립밤을 슥슥 아빠 입술에 발라드렸다.
아빠는 "됐다~" 대신 "막내딸 안 낳았으면 누가 여 아프다고 약 발라주고 하겠나" 했다.
나는 앞으로 아빠에게
"~해 드릴까?" 물어보지 말고
그냥 하고 보자고 생각했다. (아이고 이 딸래미야 그걸 이제야 알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