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전부터 저를 보아왔던 분들은 제가 친민주당 성향이었던 을 알고 계십니다. 17년 출간한 『이기심의 종말』 도 당시 보수 정권을 비판하고 진보 진영의 입장을 두둔하는 주제들을 다루었습니다. 게다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경선이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문재인 후보 지지그룹 페이스북지기를 맡아 활동할 정도였으니 꽤나 정치색 짙은 삶을 살았었지요.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문재인 정부 중반 넘어서는 적극적인 비판과 함께 한국 정치 문화 전반을 회의하는 포스팅을 자주 올렸습니다. 단지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난 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시민단체의 탈을 쓴 온갖 극단 어용 정치 세력들이 민주당을 망가뜨리고 있으며, 그 암세포를 과감히 잘라내지 않는 한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슬프게도 그 예상은 한 치도 다름없이 적중되어가는 듯 합니다.
이 시점에 출간한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는 그런 의미에서 반-민주당의 논지가 강하게 묻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난이 아닌, 민주당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둘러싼 극단적 PC주의자들의 전횡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생태주의, 페미니즘, 약자보호, 사회정의 실현을 내세운 자들이 어떻게 이 사회를 흔들고 있으며, 뒤로는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채우는 '낮은 수준의 의식'을 지닌 자들인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선동에 현혹된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피해자로서 그저 스스로 생각하기를 유예한 죄, 거짓 선의를 포장하여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는 태도로 인해 이 시대 괴물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누군가에겐 꽤나 불편한 글로 다가갈 것입니다. 자신이 정의라고 생각했던 그 진영의 모습이 실은 수준 낮은 권력욕으로 뭉친 집단이며, 그들의 악다구니가 지금 사회의 온갖 혼란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니까요. 아마 글의 초반부 부터 꽤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으니 첫머리에서 책맛이 떨어질 위험도 높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이 책이 보수 진영을 두둔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있진 않습니다. 그저 왼쪽으로 보는 것, 혹은 오른쪽으로 보는 것 모두가 시대의 한계에 이르렀고 그 결과 우리가 겪고 있는 정말 비상식적인 사건들, 얼토당토 않는 주장들이 횡행하고 있음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이 왜 이 따위인지, 저 정치인들 혹은 셀럽이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리 당당하게 헛소리를 지껄이는지의 이유에 대해 그나마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를 이해한다 해서 그들의 행위를 수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난잡한 정치 논쟁에서 벗어나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사회 의제를 토론해야 할 의무와, 그런 발전적인 토의를 듣고 배우며 사고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가 이끌어주기에 앞서 나 스스로 그 수준의 눈 높이가 갖추어져야 겠지요. 대학 교수가 칠판에 미적분 공식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한들 학습자가 인수분해조차 할 줄 모르는 초등학생이라면 백날 떠들어도 그게 옳은 말인지 틀린 말인지 판단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결국 이 초등학생들의 선택으로 우리 정치의 아젠다가 형성되고 결정되니, 좀 더 열심히 공부해서 그 이상의 시야를 갖도록 노력해야 겠지요.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에서는 단순히 보수, 진보를 비판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갇혀있는 '세계관'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그 다음의 '세계관'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물론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여 그 위치를 획득해야겠지만, 적어도 몇몇 사례를 통해 잠시나마 좌우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공유하면서 한 차원 높은 시선의 맛보기를 함께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이를 그저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주 빅뱅의 시작에서부터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자연 생태계가 진화해온 구조와 법칙 속에서 원리를 정의하고, 그 정의에 따라 발전해간 인류 사회의 역사를 통해 지금까지의 닫힌 시야가 무엇이었으며, 이 다음의 시야가 무엇일지를 넌즈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작금의 혼란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어지러운 세상을 나름의 방법으로 정돈하고 핵심을 주시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저 아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바는 없지만, 적어도 앎으로써 맘 속의 울화통을 조금이나마 식힐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되겠지요. 그저 세상을 조롱하고 냉소하는 회의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 다음 단계로의 바른 성장이 필요하며, 그 방향을 마지막 「인간: 존재의 이유」 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겠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도 정말 좋은 책,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인데, 언제쯤 사람들의 관심사로 회자되어 널리 알려질 수 있으려나요? ^^;; 부디 널리 공유해주시고, 도서를 다 읽으신 분께서는 도서 구매처에 달달한 리뷰와 함께 주변분들께 적극적인 책 추천을 낯부끄럽게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구매 정보, 네이버 도서 링크 : https://bit.ly/3SCIkc9
목 차
1. 문제 제기
2. ‘왜’라는 질문의 힘
3. 우리의 익숙함에 ‘왜’를 묻자
4. 현실의 혼돈 속으로
5. 한 차원 높은 시선에서
6. 다시, 자연으로
7. 왜 우주를 사유하는가
8. 상식 밖의 우주
- 우주의 중심은 어디일까
- 21세기 지구의 1초와 138억 년 전 우주 중심의 1초는 같은 1초일까
-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9. 빅뱅에서 생명까지
10. 의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
11. 무의식과 비의식
12. 영성
13. 홀로 존재하고 함께 창발하는 자연의 진화
14. 역사의 필연, 개인의 우연
- 선형 세계관 대 복잡계 세계관
- 미래를 가늠할 수는 있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자연의 세계
15. 진화와 도태의 사이에서
- 사회진화론과 상호부조론
- 필연적 도태와 인류의 진화
- 누가 진화를 결정하는가: 적합도 지형
- 유연성과 다양성
- 불용지용(不用之用)과 총체(wholeness)의 자연
16. 원형(原型)에서 분화로, 다시 통합의 제자리로
- 죽음에 대하여
17. 무(無)에서 유(有), 다시 무(無)
18. 나약한 인간, 집단생활의 시작
19. 문명의 태동, 국가와 종교
- 사람 위의 법
- 표준 화폐의 등장
- 스스로 복종시키는 최고의 기술, 종교
20. 이성 과학 합리의 시대
- 세상 모든 것의 혁명
- 금화에서 지폐로, 가치의 진화
- 종교를 대체한 공교육
- 영토 전쟁에서 식민지 쟁탈전으로
- 초강대국 미국의 비상
21. 세계화, 미디어, 다원주의
- 대공황과 세계 대전 이후
- 여론과 미디어
- 마케팅과 물신주의
- 문화 전쟁과 코퍼라토크라시
- 인터넷과 중우 정치의 시대
22. Spiral Dynamics, 나선형 역학 이론
- 1단계: 미분화된 사회
- 2단계: 원시 권력 사회
- 3단계: 절대 질서 사회
- 4단계: 목적 지향 사회
- 5단계: 다원론적 사회
- 6단계: 통합 의식 사회
23. 붕괴의 징후들
- 세계화의 그림자
- 21세기 신 냉전의 개막
- 지속 불가능한 이자 기반 금융 시스템
- 도시화의 모순
- 혁신의 한계, 정치 및 행정 시스템의 경직
- 결(結)
24. 진화와 도태의 갈림길에서
-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가는 유유한 흐름
- 선(線)에서 원(圓)으로
25. 깨어나는 사람들
- 깨어남을 이끌어 줄 재료들
26. 인간의 존재 목적
- 우주를 바라보는 자
- 사회와 역사, 개인의 과업
- 개인의 성장
27. 자유와 얽힘 사이에서
-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을까
- 자유를 향한 본능
- 얽힘의 모순
- 자유와 얽힘의 균형
- 우주적 사명으로서의 자유
28. 성장의 두 날개
- 주체성과 총체성
- 지성과 감성
- 무지(無知)는 악행의 근원이다
29. 의식과 영성의 날아오름
30. 우리 앞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