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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ul 05. 2023

인터넷강의가 청년들을 망쳤다


최근 몇 개월 회사 프로젝트로 조사 연구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근원을 따지자면 말도 안되는 경쟁적 사회 시스템, 문화, 구태의 교육 제도가 빚어낸 참극이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자면 인터넷강의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혹자는 인터넷강의가 강남 대치동 고급 사교육의 장벽을 허물면서 교육 기회의 평준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치켜세우는데, 어째서 인터넷강의가 아이들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먼저 교육이라는 것의 본질을 이해해야한다. 교육은 상투적인 표현으로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물고기를 대신 잡아주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수학 문제를 풀고 국어 독해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목적은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힘 - 관찰력/이해력/사고력/의지력'을 키워주는 데 있다. 사실 우리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관찰력과 이해력, 사고력, 의지력처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인터넷강의는 너무 잘 가르쳐서 문제다.


쉽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으로 아이들이 유명 인강을 듣고 나면 학교 문제 같은 거 손쉽게 풀어내는 실력을 갖춘다. 그렇게 좋은 성적을 얻고 좋은 대학을 가는 게 당연한 공부 방법이고, 그렇게 하지 않고 혼자 끙끙대다 어려운 문제를 놓친 채 나쁜 성적에 입시에 실패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감이 잡히나? 아이들이 탁월한 인강을 들으며 문제를 쭉쭉 풀어내는 것이 "아이들의 관찰력/이해력/사고력/의지력"을 키워주는 데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이리부딪히고 저리부딪히면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머리를 굴려야 저런 주체적인 역량이 훈련되는데, 편안히 앉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문제푸는 법을 알게해주는 인터넷강의는 아이들로부터 '스스로 찾고 고민하고 해결해보려는' 습성을 앗아가 버렸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상이 소위 "MZ세대는 일머리가 없다.", "시킨 것 외에는 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류의 꼰대스런 한탄이다. 왜 그들이 일머리가 없다고 느껴질까? 시킨 것 말고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건 학창시절부터 유명 인강과 친절한 참고서로 공부한 습성이 몸에 배어버린 결과다. 그들은 문제는 잘 풀어내지만,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할 이유를 모르니, 누군가가 '어떻게 일을 해야한다' 말해도 그냥 "????"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다.


'인강/학원으로 20년 가까이 그렇게 성공적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인강/학원으로 공부했던 습성대로 살면 성공적으로 살 것 같은데 왜 굳이 애써 저렇게들 하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훌륭한 축에 속하고, 그냥 모른다.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모든 일상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서도 자기 생각은 1도 없이 주변인 혹은 유명 인플루언서의 언행을 모방하며 사는 게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런데 사회일, 인생이란게 어디 학교 시험처럼 딱딱 정해진 공식의 문제들만 나오나? 그런데서 턱턱막히고 뇌가 정지되고 광야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으니 해결책은 또 다른 학원을 찾는 방법이다. 누가 유명 인강처럼 쉽게 설명해줘야 이해하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찾아내지 못하는 요즘 젊은이들 습성. 그래서 온갖 어처구니 없는 학원들이 등장하고, 의아할 정도의 자기 계발서와 유튜버들이 유행하고, 스스로 창조해내려는 의지 없이 가만히 앉아 떠먹여주기를 바라는 것이 근래 우리 사회 젊은 사람들의 현실이다.


누구를 탓하겠나. 기성 세대가 그런 식으로 젊은이들을 훈련시켰고, 그 대가를 이 사회 전체가 톡톡히 치르고 있는 건데. 다만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빨리 깨닫고 내 자식만이라도 저런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향하는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현명한 부모의 선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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