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설계하는 리더라면 꼭 봐야할 책!
1150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벽돌책, 마침 연휴 주말을 맞이하여 작정하고 클리어.
책은 주요 선진국들의 근대 변혁기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일본,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같은 국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세계의 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그에 비해 중국과 조선은 왜 그들처럼 혁신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는지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흔히 일제식민사를 다루면 유별나게 감정에 호소하는 류의 책들이 많은데, 권 작가님은 정치색을 싹 걷어내고, 일본도 비판하고 조선도 비판하는 객관적 "모두까기"로써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바탕하여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중세로부터 근대로의 이전이 소수 엘리트들의 아이디어 싸움에서 국가간 총력전의 형태로 진화함에 따라, 지식을 갖춘 깨어있는 민중의 힘이 그 나라의 국력을 결정한다는 통찰은 청소년 교육 분야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던 부분. 그래서인지 더 깊이 생각하고 많은 응용할만한 부분을 곱씹어보면서 독서할 수 있었다. 책을 보며 메모한 것만 해도 A4 15페이나 될 정도이고, 군데군데 참조할 문장이 있는 부분에 띠지를 붙였더니 라벨 한통이 거의 소진되어 버렸다.
결국 근대의 힘은 지력을 갖춘 민중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가능성의 생태계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마련하기 위한 교육 제도의 정비, 신분제도의 혁파, 재산권 보장 등의 법 체계 마련, 인프라스트럭처의 건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국가 정신으로서의 헌법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메이지유신의 일본과, 그 전의 영국의 명예혁명과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 및 독일 프로이센의 혁신과정, 미국의 건국 과정을 통해 살펴보면서 지식적으로도 풍부한 내용을 얻을 수 있었고, 통찰면에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큰 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코어심벌"에 대해 살펴보면서, 서양의 기독교 및 청교도 정신이 바탕이 된 근대 혁명의 길, 이를 모방하기 위해 천황제와 야스쿠니신사를 개발하여 민중을 세뇌시킨 일본 메이지유신의 모델 (끝내 그 결과는 비극으로써 지금의 군국주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대 일본을 만들고 말았지만...), 그에 반해 유교적 질서에서 허우적대던 중국과 조선이 비교되면서, 어째서 조선이 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때 얼마나 우리(조선)에게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는지, 그걸 번번히 말아먹은 구한말 양반 사대부들과 고종 및 민씨 집안 엘리트들은 얼마나 무능하고 치졸한 자들이었는지까지도.
그러면서 지금 2024년의 한국 상황이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상황과 판박이처럼 닮아있으며, 그 관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가 처해있는 철학 부재의 위기 = "코어심벌"의 결여는 우리의 미래가 안개 속을 헤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를 집필했던 이유가 이 지점에 있는데, 현재 세계는 서유럽 및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가 붕괴 직전에 있으며, 근대를 일으킨 서양의 "코어심벌" 역시 그 효용이 다한 상태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상이 필요하며, 기본으로 돌아가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에 대해 종교, 민족, 국가 따위에 얽매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법칙, 우주적 질서를 밝혀서 쓴 책이 "우.어.무.어"이다.
그 점에서 『대전환기,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세 가지 힘』 에서 권 작가님이 갖고 계신 문제의식이나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와 유사하게 닮아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대전환기~"가 역사적 사실에 바탕하여 현재의 위기 및 미래 청사진의 조건을 정리하였다면, "우.어.무.어"는 위기의 시대를 이겨내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새로운 세계관의 후보를 담고 있다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좋았던 건,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인지의 나름의 퍼즐이 맞추어졌으니, 정말 귀중하고 보물같은 책을 내어주신 권광영 작가님과 클라우드나인 안현주 대표님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