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공포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PTSD 환자 집단의 싸움
2025년 한국의 정치 지형은 "생존 공포의 트라우마를 겪은 PTSD 환자 집단의 싸움" 같다.
먼저 민주진영
1) 일제 식민지 시절의 참혹했던 민족사 재현의 두려움
2)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유신 군부 독재 공포정치 부활에 대한 두려움
3) 노무현 이후 이명박 정권의 치졸한 민주진영 밥줄 끊기 보복에 대한 두려움
이 중 1번과 2번은 실제 겪어본 바 없으면서 구전과 미디어 학습으로 세뇌된 것이라는 게 개인적으로 신기한 부분이고, (예를 들면, 경상도 출신이시면서 5.18에 분노하시는 분들... 본인은 부모님께서 직접 그 참상을 겪고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전해들은 사람이지만 그분들처럼 혈압올리지는 않는다.) 3번은 가장 최근에 실제 겪은 일이고 (특히) 민주진영 정치인 및 정치 자영업자들에게는 목숨줄이 왔다갔다 했던 사건이라 그 아픔이 이해되는 바이다.
그래서 현실에서 어떤 반작용이 벌어졌나면, "지금의 국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결정적으로 민주당을 비토하게 된 일련의 행적들을 만들어냈는데,
- 몇 천만원도 안되는 보조금 빨아먹기
- 억 단위 가치도 안되는 친인척 취학, 취업 꽂아주기
- 공금 횡령해서 자잘한 생필품 사다쓰기
- 국고 찬스 이용해서 사치품 쇼핑하기 해외여행다니기
이러한 "그동안의 핍박받던 시절을 보상받기 위한 가난했던 자의 일탈", "언제 밥줄 끊길지 모르는 공포를 대비하려는 곳간 채워놓기"들이, Neo-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보기엔 내로남불 - 정의 팔아먹어 불법을 일삼는 문화 엘리트들의 만행으로 보이니 극렬하게 반민주당을 외치는 상황이다.
좀스런 민주진영도 이해되고, 그것에 치를 떠는 반민주당파의 입장도 이해된다.
그 다음 국힘진영
글쎄, 솔직히 국힘진영은 그동안 해온 짓이 있어서 그에 대한 업보를 돌려받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ㅎㅎ 핵심은 그 짓을 저지른 집단과 그 업보를 돌려받는 집단이 다르다는 데 있다.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세월호 사건,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이후 거세진 민주진영의 파상공세(김어준, 김제동 류의 왜곡된 음해 공작을 포함해서)를 십년 넘게 겪으면서 악이 오를 대로 올랐는 데, 엄밀하게 보자면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후 사실 상 "예전 민주진영을 탄압했던 오리지널 보수"는 공중분해되었고, 그 이후 들어선 Neo-국힘진영은 과거 조상들이 지은 죄를 대신 때려맞는 느낌이라 억울하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한 상황일게다.
여기서 국힘 진영의 약점이 드러나는데, 제대로 된 조직 없이 지리멸렬 하는 상태에서 우연찮게 Neo-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유입되면서 정체성 못찾고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그래도 일은 잘한다고 평가받던 보수들은 박근혜 이후 멸종한지라 사회적 의제를 주도하지도 못하고, 민주진영의 내로남불식 만행들을 지적하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도 공감받지 못하고 계속 두들겨맞기만 하는 안쓰러운 집단이다.
그 와중에 진짜 나라팔아먹는 짓거리, 나라의 근간(규율과 법치)을 뒤흔드는 짓까지도 옹호 또는 모르쇠하는 민주진영 지지자들에 대한 분노가 2025년 기준, Neo-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새로운 생존 공포의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상황인 듯 싶은데, 이건 민주진영이 선을 한참 넘은 짓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준석 후보의 급발진도 이해되고, 무능했던 윤석열 전대통령의 자폭질도 이해되고, 그것에 치를 떠는 반국힘파의 입장도 이해된다.
두 양대 PTSD 환자들끼리 벌이는 혈투에 해결 방법이란게 존재할 수 있을까?
사람이 공포심에 이성이 마비되면, 대화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 아예 속시원하게 주먹질 하고 이빨 부러지고 대가리 깨져봐야 정신차리려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은,
정의 팔아먹어 권력 얻어낸 그 패거리들의 진심이 어느 스펙트럼상에 있을까하는 것이다. 민주진영의 3대 트라우마가 뼈속 깊이 각인되어 있어 진짜로 국힘진영을 쓸어버려야한다 생각하는건지, 아님 3번의 먹고사니즘에 대한 공포(+권력 쟁취의 야욕)을 위해 1번과 2번의 클리셰를 팔아먹는 - 속된 말로 지지자들 세뇌시켜 등골 빨아먹는 짓을 정치라고 여기는 건지이다.
아마 그들 스스로조차 본인들이 어떤지 모를 가능성이 높긴 하다만.ㅎㅎㅎ 정확하게는 과연 자신들이 후자의 클리셰 팔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겠느냐 인데, 그게 되는 부류였으면 지금 저러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하다.
어쨌건, 가장 피해보고 있는 건 두 양 대 정당의 지지자들이라는 건 확실하다.
아니,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데 두 양 대 정당의 지지자들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나 같은 사람들이 가장 불쌍한 존재일 지도 모르겠다.
본질에 눈이 가려진 채 이용당하는 사람들이 불쌍할까, 그 이용당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난장판에 휩쓸려 고통 받는 사람들이 불쌍할까.
딱 그 느낌이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때 그런 글을 쓴 적이 떠오른다.
모두가 모두에 대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기괴한 사건.
2025년 한국의 정치 상황과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바라본다면 좀 나아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