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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Aug 03. 2022

잉어야 은혜를 갚아다오

동물들도 보은을 할까?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에 나는 불어난 양재천을 바라본다. 잠길듯한 다리를 건너면서 거친 물살 속에 잉어들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한다. 


남편과 양재천을 산책하다가 강을 마주하고 자전거를 타던 아이와 어떤 아줌마가 대화를 하는 것을 들었다.


"엄마 어떻게 해?"


아이는 물 깊이가 얕아진 곳에 도래해 숨을 할딱거리고 있는 잉어를 발견하고 신경 쓰여하는 눈치였다. 시선을 따라간 곳에는 양재천에 있는 숨을 헐떡이는 잉어를 보았다. 


그 지점은 흙이 쌓여서 오리들이 물에서 나와 쉬는 곳으로 물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어쩌다가 물고기가 그 지점에 가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물이 거의 없어서 잉어는 곧 죽을 것처럼 아가미만 헐떡 거리고 있었다. 팔딱거림도 거의 없는 걸로 보아 이미 시간이 지체되었는지도 모른다. 

"잉어를 구하러 가자!"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우리는 반대편 아이가 있던 점으로 왔던 길을 돌아 양재천 돌다리를 건너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해는 내리쬐고 있었고 날은 무더워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시간이 촉박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난관은 있었다. 양재천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남편이 양재천으로 내려간다기에 가는 길에 주운 긴 갈대를 손에 쥐어주었다. 


"이걸로 안돼! 힘이 없어!" 


"그래도 가져가 봐!" 


남편이 하필 쪼리를 신고 와서 돌이끼에 미끄러질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이미 남편의 다리 한쪽에는 지난 한라산에서 부러진 다리뼈에 철판이 박혀있다. 


돌이 미끄러질 것 같은 불안감에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하천으로 내려간 남편만 보고 있었다. 내 옆에는 어느 사이에 자전거를 탄 아이가 곁에 와 있었고, 맞은편 건너편에는 아이와 대화하던 아줌마가 지켜보고 있었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양재천에 발을 담갔고, 내가 준 갈대를 막대 삼아 잉어를 깊은 물 쪽으로 밀어주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며 아가미만 뻐끔거리던 잉어가 다 죽어간다고 생각했던 지라, 물로 넣어주어도 헤엄쳐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한참을 나와있었던 건지 잉어가 말라가고 있었을 때쯤, 남편은 잉어를 깊은 물 쪽으로 조심스럽게 밀어주기 시작했다. 


우와- 짝짝짝짝

그리고 이내,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수를 치고 있는 건 나와 자전거를 탄 아이와 길 건너편 아줌마였다. 


남편이 잉어를 깊은 물속으로 넣어주었다. 그렇게 잠시 자리를 머물던 잉어는 기운을 차렸는지 신나게 헤엄쳐갔다. 


아줌마와 아이는 


"감사해요" 


라고 인사를 했다. 


사실, 아이가 잉어를 발견하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근처를 계속 떠나지 못하고 뱅뱅 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냥 잉어가 얕은 물에 걸려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던 것을 가엽게만 여겼더라면, 그리고 귀찮게 길을 다시 돌아서 건너가서 하천에 발을 담그고, 잉어를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그냥 일종의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양재천에는 다양한 새들도 많이 살고 오리도 살고, 잉어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건 어쩌면 자연의 섭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쩐지 옛날에 보았던 전래동화에 나오는 '은혜 갚은 잉어'가 떠올랐다. 나는 헤엄쳐가는 잉어 뒤통수에 대고 


"잉어야 은혜를 갚아줘" 


라고 나의 소원을 비는 미련한 인간이지만, 지나가던 아이에게나, 그리고 그 아이가 마음 써하는 것을 어떻게 해주지 못했던 아주머니의 마음에 작은 안도를 가져다주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이 무사히 길에 다시 올라오고 나서야, 아 이거 "유튜브 각인데!!" 영상을 찍어놓을걸 생각했다. 남편은 멋쩍어하면서 "찍지 그랬어"라고 했지만, 우리는 그대로 산책을 이어갔다. 


우리의 작은 친절이 때로는 크게 와닿기도 하니까. 

나는 병원 앞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비에 우산을 나눠주던 조선족 아줌마의 친절을 기억한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순수하게 우산을 주고 가신 분이었다. 


 양재천길을 따라 걸으며 출근을 하는 내가, 길 중간까지 오자, 물이 불어나서 발목까지 물이 잠겨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게 지나가던 아줌마가 


"업어줄까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물론, 진짜 업힌 것은 아니었지만, 작은 말 한마디가 그냥 고마울 때가 있었다. 


우리의 작은 호의가, 어쩌면 생태계를 크게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잉어에게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 잉어는 비가 많이 온날 떠내려갈 수도, 양재천을 찾는 새들의 먹이가 될 수도, 사람들이 뿌린 빵조각을 먹고 탈이 날 수도 있지만. 

무사히 잘 살아주기를. 

그리고, 은혜 갚은 잉어가 되어서 나에게도 작은 행운을 보내주기를. 

사람이 간절해지다 보니, 작은 미물에게도 소원을 빌게 되는 내 모습이 우습지만, 

나의 이러한 마음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아마 남편도 귀찮아하지 않고 위험한 돌을 딛고 내려가 잉어를 구해준게 아닐까 싶다. 


더구나 나는 남편이 시어머니가 쌓은 덕을 덕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가 꿈을 잘 꾸어주셨다. 남편의 실력도 있었겠지만, 운빨도 따라주었었다. 아마 이는 시어머니가 평소에 쌓으신 덕이 많아서 아닐까 생각한다) 


덕을 쌓으면 자식에게 돌아간다고 믿고 좋은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좋은 일이 다가와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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