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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Nov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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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일기(19)- This is me

누군가는 말한다.

이 시대에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전문가들도 말한다.

아무리 재고 따져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그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우리는 부모가 되고 싶다.

나를 닮은 아이. 당신을 닮은 아이.

그들을 이 세상에 소환하여 사랑을 주고 싶다. 내가 가진 모든 것 그 이상을 주고 싶다. 나의 속의 모든 것을 꺼내다 꺼내다 나의 바닥을 볼 지라도. 약간은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다 할지라도. 나에게만 와준다면 힘껏 사랑해주리라. 온종일 기약 없는 너에게 매달렸다.


아이가 없을 때를 즐기라는 남모르는 이들의 말들을 바람에 날려 보낼 때도.

하지만 내가 너무 높은 꿈을 가졌던 걸까. 가 너무 약한 걸까. 아니면 이상주의자로 전락해버린 걸까.

나는 꿈을 꾸면 안 되는걸 너무 높은 나무를 오르려 해서 계속 떨어지는 걸까 생각한 적도 있다. 내가 잡을 수 없는 시간을 허망하게 흘려보낸 걸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건 않을까 스스로 의심을 했다.


수없이 호르몬 주사를 배에 찌르고 면역을 떨어뜨리는 면역 글루빈을 맞고 내 몸을 망치는 것쯤은 상관없이 너만 나에게 와줄 수 있다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계속된 절망과 기대와 희망을 반복하기에는 너무 지쳤다고.

이제는 그만 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나의 욕심이 멍청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꼭 아이여야 하는 것인가 원초적 질문을 해결하지 못해 가슴 아파 잠들지 못한 밤들이 이어졌다.


때로는 울고 싶지만 들키고 싶어서 슬픈 드라마를 찾아보고 침대에 누워 피곤하다는 말을 하고 혼자 자는 척 울었던 날이 있었다.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창문을 닫고 암막커튼을 쳤다. 내가 선택한 고난이기 때문에 고통을 감추는 법도 알아야 했다. 는 무너질 수 없다. 내가 시작했기 때문이다.


긴 하루에도 밤이 지나 아침이 오듯 모든 과정에는 끝이 있다.

내가 손바꿈을 하고 첫 진료를 갔을 때 의사는 내게 말했다.

"시험관은 된다. 사람 따라 시간이 걸릴 뿐이다. "


절실한 기독교인 나의 엄마조차 시험관에 거부감을 느꼈다. 인위적인 생명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틀리지 않았다.

당신의 선택도 틀리지 않았다.

내가 걷기로 한 길이 너에게로 가는 마중길이라는 남편의 말을 붙잡고 나를 다잡았다.

내가 선택한 것은 '부모'가 되기로 한 길이니. 이 모든 길 또한 '엄마"가 되는 과정이다.

이 고통을 견뎌내면 더 강해질 거야.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 전부고 우주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주를 만드는 중이다.

기다려. 내가 갈 테니.

나만의 발걸음으로 나아갈게.


아가야 엄마가. 아빠가 마중을 갈게.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너를 지켜줄게. 

너에게 달려갈게.

This is me.


아이를 기다리는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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