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이 중요한 이유

작가하려면 '인턴'이 필요한가요?

by LaLa

"첫 직장이 중요하다"


라는 말은 나때도 있었다. 첫회사가 대기업이면 중소기업으로 갈 수 있지만, 첫 직장이 중소기업이면 대기업으로 가기 힘들다는 말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 생각없이 알바를 넣듯 넣었던 인턴에서 덜컥 붙었다. 나라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놀고먹는 청년들의 취업률을 높일 심산으로 공공기관에 "인턴"이라는 명칭으로 일명 알바생들을 뽑았다. 그들은 인턴이라는 명칭으로 취업율에 속했지만, 정규직전환의 가능성이 1도없다는 것은 들어가고나서야 알았다.


나는 얼떨결에 넣은 인턴공고에 붙어 신입 집합교육을 받았다. 생소한 느낌이었다. 인턴들의 카페도 생겼다. 초등학교때 이후로 조례를 하는 느낌으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태극기에 대한 경례는 다반사였다.


나는 문화재과로 배치되었다.

내가 자소서에 쓴 어릴적 부모님과 숱하게 들락날락했던 전국의 박물관 덕분일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배치된 이후 나에게 부과된 업무는 그곳에서 근무하는 '공익'들 보다 적었다.


그때 한창 문서를 전자화 하는 작업이 한창 이었을때였다. 서고에 쌓인 문화재들의 사진과 보고서들을 스캔해서 아날로그 문서들을 전자시스템에 업로드했다. 하루종일 스캔을 500장씩 넘게 했다. 사진을 보다보니 진짜 문화재를 역사공부할때보다 많이 보게되었다. 다만, 끊으로 묶인 자료집을 한장 한장 스캔할때마다 현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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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활동적인 일은 행사 보조였다. 큰 행사도 아닌, 무형문화재 심사가 있던 날이었다. 내가 서류를 받아서 취합하고 정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내가 맡았던 서류 정리의 대상자들은 이미 무형문화재로 인정을 받기 직전의 사람들이거나 이미 인정을 받고 연장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관문도 행정으로 넘어가기에는 필요한 서류들이 많았다.


전승자(혹은 전수조교)들이 와서 전수 프로그램을 하고 있음을 입증해야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에는 악기에 대한 자료도 제출해야했다. 때로는 실제로 방문해서 연주를 해보이거나 활동에 대한 인증이 필요했는데,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아서 서류를 받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해서 설명하는 일이 많았다. 그나마 전승자들은 젊은 축에 속해서 전승자분들이 대신 받는 경우에는 더 나았다.


일을 진행하다보니, 공공기관이어서 행정서류가 하나만 누락되어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 민감해했다. 전승자들의 프로그램이 입증하기 어려워지거나. (시간이 모자르거나) 악기에 대한 인증도 시간을 맞춰서 제출해야했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은 제출해야하는 신분증입증 (등본부터) 부터 내야할 서류가 많았다. 평가 항목에 '전수의지'도 들어가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건가 궁금하기 까지 했다.


한번은 전승자에게 빠진 서류를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지원하는 사람인줄 착각했는지 나에게 "마당쓸고 허드렛일부터 잡일도 마다하지 않고 할 수 있나" 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는 것을 듣고는 이것이 전승자를 뽑는 것인지 머슴을 뽑는지 알수 없는 것을 느끼고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승자들이 기관을 방문해서 직접 서류를 접수할때는 평범한 모습이었다가도 사진으로 만나거나 혹은 직접 공연을 하러 올때는 '무당같은' 모습에 이름을 매치하기 어려웠던 적도 있다.


그나마 이런 행사도 1년에 1번뿐, 대부분의 시간을 스캔앞에서 보냈다.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을 하는 직원들을 보고 있자니, 번쩍거리는 스캐너의 불빛에 내가 번쩍번쩍 유물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인턴생활을 하면서 글을 한줄도 쓰지 못했다. 내가 쓰는 글들은 '보고서' 이거나 누군가의 '보고서'를 옮겼다는 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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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풀이춤을 보면서 생각했다. 흩날리는 장삼자락을 보면서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그래서 나는 탈출을 결심했다.


탈출을 결심한 것은 정규직 전환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실제로 회사서 점심 메이트였던 옆팀에서 일하던

'도를 아십니까' 언니를 만난 덕분이기도 했다.


*도를 아십니까 언니를 만난 이야기 ▼

https://brunch.co.kr/@lalachu/18


나는 그렇게, 나도 모르는 기나긴 취업준비생의 터널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