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법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도 많이 볼 수 있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두 번째 회사 도서관에서 일할 때 상상했던 이미지였다. 하지만, 사서가 3D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믿을까.
"연체도서 있으셔서, 연체일수만큼 대여가 안되세요"
"내가 뭐 얼마나 늦었다고 니깟게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편의점에서만, 돈을 던질 쏘냐. 도서관에서도 책을 던지는 사람들은 있다.
"아니, 그 책 안 와요? 제가 몇 주 전부터 예약을 걸어뒀는데, 왜 반납을 안 해요? 안 하면 가서 찾아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언제까지 기다려요?"
"아직 전에 빌리 신분이 반납을 하지 않으셔서, 책이 들어오는 대로 연락드릴게요"
고의 적으로 반납하지 않는 장기연체자들에게 카드 연체를 묻듯이 독촉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공공도서관에서는 그렇게 연체의 강제 반납이 있을 수없다. 특히나 인기도서의 경우에 대기자가 속출하면, 중간에 끼여서 욕받이가 되기는 일상.
가끔은 알 수 없는 검은 봉지에서 벌레와 함께 책이 나오거나. 책을 잘근잘근 끝이 접혀서 돌아오거나 침 자국이 나있는 걸 보면 어쩐지 장갑을 안 끼고는 책을 만질 수 없다. 그나마도 양반인 게, 결정적인 부분의 책을 찢어가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도서관을 온다. 책이 좋아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내 생각 같지는 않을 것이다.
도서관 사서는 여유롭게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겠지.라는 환상으로 시작되었던 나의 도서관 사서 보조생활은 취업 하루 만에 산산이 깨졌다.
도서관 사서 보조의 생활은 평일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부하는 독서실이 끝나야 업무가 끝난다.
"마감 10분 전입니다. 퇴실 준비해주세요"
퇴실 10분 전 사서 트럭에 갖가지 책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10시에 문을 닫지만, 10시에 퇴근할 수 없다. 서가에 책들과 사람들이 빼놓은 책을 정리해야 한다.
가끔, "도서관에서 야동을 보는 사람이 있는데, 왜 제지를 안 해요?
우리 아이가 봤다고요!"
이런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진다. 그러면,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을 양해를 구해 확인하고 혹은 퇴실 조치까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노트북의 주인도 항의가 거세다. 검색대 컴퓨터를 아무리 막아놔도 어떻게 인지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항의가 빗발친다.
보던 책을 북트럭에 놓으면 다행인데, 엉뚱한 곳에 꽂아 책을 찾아 헤매게 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이별의 상심을 잊기 위해 서고 A부터 하루에 한 줄씩 책을 다 읽겠다며 책을 빼놓고 가는 사람도 있다.
도서관 안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안되지만, 꼭 몰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몰래몰래 먹다가 걸리면 대신 항의를 하러 가야 한다. 순순히 밖에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되려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관에서만 족발을 먹는 사람이 있을 쏘냐. 도서관에서도 없을 것 같지만 있다.)
도서관 사서의 하루
주말에는 2교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대로 일을 하는데, 도서관의 문을 열기 전에 출근을 해야 한다. 가끔 내가 출근하기도 전에 줄을 서있는 할아버지들과 공부하는 고시생들에게도 1분 1초도 오픈 시간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다.
오픈전에 신문들을 종류별로 나무대에 끼워서 보존을 하고 전날의 신문들을 회수한다. 그리고 책 반납함에 들어온 책들을 검수하여 자리에 다시 꽂아야 한다. 책 반납함에 책의 부가 자료(CD 등)를 넣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꼭 책 반납함에 넣어서 부가 자료들이 아작이 난다. 책 반납함의 책들을 북트럭에 두어 꽂을 준비를 하고 그리고 검색대의 컴퓨터들을 다 세팅해놔야 한다. 곳곳에 숨어있는 검색대의 컴퓨터까지 세팅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이제 문을 열 수 있다.
도서관의 문이 열리면 제일 먼저 자리가 차는 곳은 단연, 신문 존과 창가 존이다. 아침 일찍부터 조찬을 마치고 신문을 읽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할아버지들은 돋보기를 챙겨서 신문 쟁탈전을 벌인다. 인기 있는 신문들은 2-3부씩 배치해두고 하는데, 꼭 나무대에 걸어둔 신문만 보시는 분도 있고, 책상에 신문을 다 펼쳐서 보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독서실처럼 공부하는 곳이 따로 있지만, 꼭 서가가 있는 창가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컴퓨터실도 따로 있지만, 꼭 서가가 있는 책상에서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북트럭은 사서들의 전투기지 같은 것이다.
밤에는 2명이서 근무를 하는데, 한 명씩 돌아가면서 데스크에 앉아서 대여, 반납을 진행하고 한 명은 북트럭에 쌓인 책들을 서가에 정리해서 꽂는 일을 한다. 북트럭에는 한 줄에 20권가량 책을 가져갈 수 있는데 총 4줄이 있다. 더 쌓기도 한다. 보통 80~90권의 책을 끌고 다니면서 정리를 한다.
책을 정리하는 노하우는. 일단 북트럭에 꽂힌 책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왔다 갔다만 하다가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특히나 도서관에는 분류된 책끼리 모여있어서 순서대로 책 라벨이 보이게 다시 정리를 한다. 손이 빠른 사람들은 빨리 정리를 할 수 있다. 보통 경력이 오래된 분들은 빨리 정리하고 빨리 서가에 꽂는 편이다.
그리고 자신의 정리 방법과 노하우가 생기기 때문에 자신의 북트럭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그 도서관에는 인문 책의 대출이 많다고 하면, 인문 책 서가에 북트럭을 갖다 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티브이나 유행하는 도서들이 있을 때는 미리 책의 자리를 알아놓거나, 책의 반납을 독려해야 한다.
순환근무로 근무지를 돌아가면서 메인 도서대여가 가능 종합자료실과 공부하는 독서실, 컴퓨터로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실 그리고 어린이 도서실을 주말마다 돌아가면서 근무를 한다.
아이들이 많은 어린이 도서실에서는 엄마들의 기싸움과 아이들의 다툼, 그리고 키가 낮은 책장에 크기가 다 다른 책들이 많아서 책 정리에 무리가 있다.
간혹 키즈카페도 아닌데, 아이들은 놔두고 잠깐 통화하러 가거나 볼일을 보러 가는 부모들 덕분에 사고가 생길까 보모가 되어 아이들을 보기도 하면, 아예 대놓고 아이를 봐달라고 하기까지 한다.
인기 있는 책이 연체되면. 특히나 어린이도서관에서 난리가 난다. 울고불고 바닥에 드러눕는다. 꼭 마감시간이 되면 책을 다 책장에서 빼버리고 가는 아이도 있다. 심보를 못되게 구는 아이들을 보면, '성악설'이 맞나 보다.
사서보조가 아니라 감정 보조가 된 기분
하지 말라고 해도 꼭 다 어지러 놓고 가는 아이들 덕분에 쪼그려 앉아 책을 한참을 정리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책을 같이 꽂아주고 있는 게 아닌가? 옆을 돌아보니 한 아이가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고 고사리 손으로 책을 꽂아주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나서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남의 아이를 함부로 안을 수 없다.)
"고마워요. 그런데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어서 선생님이 할게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도서관에서 일하면 명칭은 사서 선생님이었다. 사서가 아니라 사서보조였지만, 선생님도 아니지만 선생님이라 불렸다. 하지만, 머리가 굵어지고 사춘기가 오면 "선생님" 이 아니라 "저기요"라고 부른다. 어른들 중에서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도 있고, "저기요" 혹은 "아가씨"라고 까지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도서관 사서는 아니지만 사서보조에게 "아가씨"라니. 그나마 아가씨이면 다행이었던 걸까. 함께 일하던 나이가 좀 있는 언니들에게는 "아줌마"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가 식당인가. 도서관인가.
그나마도 " 너 이름이 뭐야!" 라면서 소리를 지르고 적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팀장에게 보고를 하였더니, 다음부터는 함부로 이름을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 너의 잘못이 없는데 굳이 이름을 말해서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후로 내이름으로 게시판에 악평이라도 남겨지나 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냥 이름이 뭐냐며 겁박을 한것 뿐이었다.
사서라는 직업이 고상한 직업 같지만 의외로 막일이다.
체력이 필수!
그럼에도 도서관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도서관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나는 도서관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책을 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도서관에서 일하면 1인당 책을 10권씩 읽을 수 있었다. 다들 퇴근하면서 가방에 10권을 책을 빌려가고는 했다.
새로 나오는 책을 제일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라벨링을 하면서 다 읽어버렸다. (이때부터 책을 엄청 빨리 읽는 버릇이 생긴 듯) 간혹 오래 도서관을 다니는 분들과 안면이 트면 인사를 하기도 하고, 간식 같은 것을 안내데스크로 나눠 주기도 하고 쪽지를 받기도 한다. (물론, 연애편지면 좋겠지만, 그냥 감사의 인사 기도 하다) 어머니들의 경우 자식 상담을 하며,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때는 한창 철학, 역사책이 유행하고 있어서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었다.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손에 상처가 많이 나기 시작했는데, 책 정리를 할 때는 꼭 장갑을 껴야 한다. 새책 라벨링을 할 때도 종이에 베이는 일이 많아서 5분에 한 번씩 핸드크림을 발라줘야 한다. 요즘은 양장본도 많아서 책 무게 때문에 손목이 아작 나는 건 필수. 베테랑 분들은 손목아대를 하고 일을 시작한다. 도서관은 책들이 많아서 먼지도 많고, 약간 건조하다. 습하면 책들이 상할 수 있어서 습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무엇이 맞을까?
도서관은 장애인 고용이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곳 중의 한 곳이다. '공공기관'에는 장애인 고용에 차별을 두면 안된다. 처음에 새로 일하게 될 분이라고 남자분이 오셔서, 다들 크게 환영을 했다. 사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율이 딱 1분의 남자선생님 빼고 다 여자였기때문이었다. 처음에 인사를 하고 같이 일을 할때에는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출근한지 하루만에 데스크에서 큰 싸움이 났다. 시끌시끌한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사무실안에 있던 팀장님까지 자리에 나와봤다.
"이새끼 뭐야 또라이야? 지금 나랑 장난쳐? 왜 반납이 안돼!"
한 아저씨가 대여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새로오신 사서선생님(사서보조)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모두가 동시에 한곳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고개를 돌린체 모른척하던 새로오신 선생님이 예상반응과 달리 그 아저씨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곳으로 가버렸다. 이제 아저씨는 멱살이라도 잡으려는 듯이 쫒아가려하자, 팀장이 나섰다.
"제가 처리해드릴게요.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그 분을 볼 수 없었다. 이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퇴사가 결정되고나서야 사실은 겉보기엔 다르지 않지만, 지적 장애인이라고 했다. 정말 티가 나지 않는구나 라고 느꼈다. 나에게도 장애인이라고 하면 신체가 불편한 사람을 먼저 떠올렸던것이 얼마나 편견인것인가를 깨달았다. 그런데 일은 다음날 벌어졌다. 그분의 어머니가 도서관으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