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있나요?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법 (2)

by LaLa
공존을 위한 공전


(저번 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lalachu/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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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밤 사람들이 없어 조용한 시간, 책 정리가 빨리 끝나서 같이 일하는 언니와 함께 데스크에 앉아있는데, 전날 퇴사를 하게 된 그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피더니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혹시 우리 애가 실수한 것 있어요?"


나와 언니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아니, 알려줘요. 그래야 고쳐서 우리 애가 처음 일해 본거라 내가 걱정이 많이 돼서, 뭐가 잘못된 지 말을 안 해주고 그냥 적합하지 않다고 나오지 말라고 하니까. 답답해서 온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이것을 왜 우리에게 물어볼까.


"저희도 잘 몰라서, 팀장님께 여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자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을 안 해줘. 애는 계속 방에서 가기 싫다고 밖으로도 나가지도 않아요. 혹시 무슨 일이 있었으면 좀 알려줘요. 우리 애가 좀 아파요. 그래서 부탁 좀 할게요."


나와 눈을 맞추던 언니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엄마의 애절함은 더욱 크게 와닿았다.


나는 생각보다 자주 발달장애인들이 일하는 것을 보아왔다. 관심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 살펴보면 많이들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냥 지나쳐가면 모르지만, 얘기를 오래 하거나 조용히 지켜보면, 무언가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 중에 특수교육 교사가 있어서, 친척 중에 언어치료를 하는 분들이 있어서 더 잘 보였을지도 모른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보았고, 배달일을 하고 있는 분도 보았고, 카페에서 일하는 분도 보았고, 마트에서 카트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 분도 보았다. 겉보기에는 그냥 너무 다르지 않아서, 주변에서 신경 쓰지 않으면 "이 사람 지금 일부러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찾아보면 우리 주위에 경계성 장애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머니, 저희도 자세한 이유는 몰라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어떤 작은 것이라도 알려줘요. 우리 애를 위해서. 직원들에게 말하거나 하지 않을게. 무슨 일이 있었나 알아야 우리 아들을 돌볼 수 있어요. 내가 죽으면 우리 아들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머리속에 혼자 남겨질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말해주기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고 끙끙 앓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아..특별한 어떤 일이 있던 건 아니고.. 특별한 일이라고 하면, 어제 안내데스크에 계셨는데 오신 이용객이랑 말싸움이 조금 있었어요. "


깜짝 놀라며, 그런 일이 있었냐고 몰랐다며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의 일을 말했더니,


"마음이 안 좋긴 한데, 그 이유가 아닐 수도 있잖아. 나서지 말지 그랬어. 괜히 그 일이라고 걸고넘어지면 너만 독박 쓸 수도 있어"


라고 말했다. 엄마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니, 괜한 감정 이입으로 나선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발달장애
신체 및 정신이 해당하는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않은 상태


무엇이 맞는 것일까. 무슨 이유인지 말해주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걸까? 이용객과의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일할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하면, 더 속상한 것은 아닌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공존을 위해서, 나를 향한 배려가 아닌 그들을 위한 배려가 어디까지인지 애매모호했다.

나는 섣부른 동정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도움보다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모든 아픈 가족이 있으면, 그들보다 하루만이라도 더 살다 갔으면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했던 게 옳았던 것일까?



간혹, 가족의 시체를 그대로 방치한 채로 함께 생활을 하다가 발견되는 사건들이 뉴스에 기사로 뜨고는 한다. 장애가 있는 가족들이 돌봐주던 사람에게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리할 능력이 되지 않을 때 발생하기도 한다.


한창 이슈가 되었던, 지하철역 앞에서 노숙자처럼 쪽지를 적어서 어머니의 죽음을 알렸던 한 발달장애가 있던 남자의 사연처럼, 누군가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사연 또한 복지사분이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았다면, 지나쳐버렸을 사연이었다.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서로 발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발 맞춰 나가야하는 사람이 장애가 있다고 했을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배려가 계속 되어야 할때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업장의 환경이 갖추어졌는가?


당신은 발달장애인과 일할 준비가 되어있나요?


자신과 다름을 얼마나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을까? 공존을 하기 위해 얼마만큼 거리가 필요한 지 정해야할 것이다. 장애는 병이 아니다. 발달이 나이보다 느릴 뿐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아니다.


나는 서서히 이 직업에서 멀어져야 할 시기가 왔다고 느껴졌다. "빨간불" 이 켜지고 있었다.

또 한 번의 다른 직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전쟁을 벌리고 있는 일상이 지속되던 어느 날 담당 주무관이 나를 사무실 안으로 은밀하게 불렀다. 그곳은 채용계약서를 쓸 때 1번 들어가 보고 들어갈 일이 없던 곳이었다.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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