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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숙자 Oct 15. 2017

 HE IS JUST HEATH, '아이 엠 히스레저'

https://www.instagram.com/sukja07/




아이 엠 히스 레져(2017)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한 영화입니다.


<HE IS JUST HEATH>


  이미지는 타인의 삶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더욱이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거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배우들의 경우, 영화 속에서  생성된 이미지가 개인 본연의 삶을 침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해리포터의 '다니엘 클리프', 왕좌의게임의 '에밀리아 클라크'등은 실제로 작품이 끝난 뒤, 캐릭터의 자아에서 벗어나 개인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척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다크나이트의 '조커' 역시 마찬가지다. 정작 조커를 연기한 히스레저 본인은 이른 나이에 요절했기 때문에, 앞서 말한 배우들의 후유증이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미 조커를 빼고 히스레저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대중들에게 'HEATH IS JOKER'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은 분명하다. 정말 아쉬운 점은, 이미 현실에서는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히스가 조커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 엠 히스레저라는 영화는 히스레저라는 배우 본연의 삶, 그리고 그가 어떤 것을 갈구하고, 도전했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비춰준다는 점에서 그가 조커라는 이미지에서 잠시나마 탈피할 수 있도록 여지를 제공해준다. 물론 다큐 형식이기 때문에 지인들의 인터뷰, 살아생전 그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단순히 나열할 뿐이지만, 대중들이 그의 살아생전 맨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윤동주 시인의 '서시'의 한 구절이지만 히스의 삶이 기록되어 있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저 구절이 머릿속에 맴돈 것은 왜일까. 17세라는 약관의 나이에 할리우드에 입성한 사춘기 소년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사랑하고, 실패했으며, 그리고 괴로워했다. 신기하게도 그는 항상 주변인들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놀란감독의 다크나이트에서 조커와의 만남은 그가 가진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다크나이트 마지막 부분에서 조커가 배트맨에게 '네가 나를 완성시켜(you complete me)'라는 대사가 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상영관을 빠져나오며 생각해보니 어쩌면 히스 본인이 조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라는 직업은 그의 에너지를 빠르게 소멸시키기는 동시에, 또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말하는 그였기에 조커라는 캐릭터가 곧, 스스로를 완성시키는 매개체가 되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열망과 에너지를 쏟아부을 곳 없이 무대를 배회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정말 힘든 일이었을 테니까.


  만개하지 못한 꽃봉오리의 시간이든, 황혼의 어슴푸레함이 찾아오는 시간이든 간에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중요한 것은 '언제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 일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고, 사진을 사랑하고, 배우라는 직업과 그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사랑했던 히스의 넘치는 열망과 고뇌를 보면서, 이제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아쉬움만 토로할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온전히 내 감정들을 이루고, 더욱 많은 것들을 사랑해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개인의 삶이 힘들고 불행하다고 해서, 어떤 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생선가게에 초점을 잃고 놓인 생선과도 같은 꼴일 테니까 말이다.


저는 온전했고, 충실히 실패했고, 또 완벽하게 감정들을 이루었습니다.
나는 청춘으로 삶을 채웠습니다. 나는 히스 레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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