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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숙자 Jan 19. 2018

서울 깍쟁이 택시기사, 광주를 마주하다.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A Taxi Driver, 2017)



  

  살다 보면 택시를 애용할 때가 종종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하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저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이는 여타의 교통수단보다 택시는 자유롭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장훈 감독이 굳이 '택시'를 매개체로 사용한 이유는 억압의 시대에 민중속을 달릴 수 있는 택시만의 자유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민감하다 보니 아무래도 개봉하기 전 말들이 많았다. 비슷한 예로, 좀 더 앞서 개봉한 군함도의 경우 '과다한 국뽕'의 투여로 억지스러운 감동을 쥐어짰다는 평이 대다수였고, 스크린 독점이라는 비판의 악재가 곂치면서, 분명히 현세대에 알려야 되는 역사적 팩션물임에도 불구하고 혹평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반해 택시운전사는 외국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당시의 시대상, 그리고 평범한 딸바보이자 서울 출신 깍쟁이 택시기사 개인의 심경변화를 보여줌으로써, 굳이 부담스러운 '국뽕주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관객들이 5.18 민주화 항쟁이라는 시대상에 자연스럽게 젖어들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군함도에서 느꼈던 자극적인 카타르시스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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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중, 송강호의 존재는 하루 벌어먹기 바빠 진실을 마주할새 없는 인물이지만, 단순히 빈곤만을 의미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우연히 외국인 기자를 따라 광주로 내려간 뒤부터 보인 그의 내적, 외적 변화는 곧 광주의 불꽃이 퍼지는 과정, 즉, 억압되어있던 민주주의가 다시 발현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 광주는 잿빛과 붉은 피가 난무하지만, 서울에서 온 송강호만이 유일하게 항상 밝은 노란색 기사 옷을 입고 있는데, 그가 점점 광주의 진실을 마주할수록 그의 옷 역시 점점 그을리고, 피로 물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초반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혀를 차는 그의 모습과는 달리, 대학생 류준열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보인 심리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딸의 새 신발을 사고도 다시 광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극초반 어떻게든 광주를 벗어나 딸이 있는 서울로 돌아가려는 서울깍쟁이 택시운전수와는 분명 상반된 모습이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돈이나 부정(父情)과는 다른 어떤 무언가가 그 속에서 싹트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ㅤ



  영화를 보는 내내 류준열과 유해진의 따듯한 미소는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광주의 후덕한 인심만큼이나 해맑은 미소였기에, 억압의 시대에 서서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그들의 몸부림이 그토록 쓰라리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시대는 흐르지만, 진실은 항상 제 자리에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진실을 마주하고, 그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있는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화문으로 가주세요'라는 마지막 장면 손님의 대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싹튼 의지가 광화문의 촛불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으며, 곧 장훈 감독이 관객들에게 건네고 싶은 핵심일 것이다. 


  개봉 6일 차, 500만 관객. 객관적인 수치로도 '택시운전사'가 어떤 영화인지 잘 설명해주고 있는 듯하다. 유난히도 역사적으로 사연이 많은 대한민국. 이런 상황에서 일부 요인으로 인해 역사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도 못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역사적 고증을 위한 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택시운전사가 그러한 영화들의 지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손님이 가자면, 택시는 어디든 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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