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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숙자 Feb 07. 2017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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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26Years, 2012)


  '역사'의 기준은 무엇일까?, '실제로 일어난 일 그 자체?', 아니면 '그것을 기록한 사료?'.  사람에 따라 역사라는 것을 정의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역사의 기준은 후자 쪽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어난 일 자체보다는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주관'이 들어가 있는 기록물. 이것이 대한민국 역사가 암암리에 왜곡되어 '정의 내려지는' 이유다. 26년은 이렇게 '정의되어버린 역사'를 팩션물로서 재구성한 영화로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니만큼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 오프닝은, 다소 잔인한 면이 있었다는 평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실'을 마주할 만반의 준비를 갖게 하는데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26년'에서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각각 다른 '역사관'을 보여준다. 먼저 광주의 아이들 3인방. 곽진배(진구), 심미진(한혜진), 권정혁(임슬옹)은 왜곡된 역사의 급류를 정면으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서 가족을 잃거나, 그로 인해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26년의 한을 그들의 손으로 직접 풀고, 죽은 자 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영화 속 '광주의 아이들'의 의지를 통해 전달하려 했던 것이 바로, 조근현 감독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려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광주의 아이들과는 다른 역사관을 보여주는 3인방도 있다. 계엄군 출신인 김갑세(이경영)과 마상렬(조덕제), 최계장(김의성)이 바로 그들이다. 김갑세는 민주화 항쟁 당시 계엄군으로서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학살했던 것을 참회하며 '그 사람'을 단죄하려 하고, 마상렬은 계엄군으로서 민중들을 학살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합리화시키기 위해 애써 역사를 외면하고 '그 사람'을 보좌한다. 



  마지막으로 최계장(김의성)은 간혹 인간적인 면도 나오지만, 그도 역사를 바로 보려고 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굽실대며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대한민국의 법과 공권력을 의미하는 그가 '그 사람'에게 그런 태도를 보인다는 건 공권력도 역사를 그저 방관해버리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며, 결국, 법이라는 것도 돈이나 권력에 의해 얼마든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다.



  엔딩은 분하지만 참으로 적절하였으며,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해내었다. 굳이 '오늘 아침'이라고 하고 정확한 시간을 명시하지 않은 것, 그리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 사람'의 차량을 바라보는 경찰을 보여준 것으로 보아, 결국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따라 왜곡된 역사를 배급해내는 일이 흔해 짐에 따라, 문득'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는 역사의 어디쯤에 머물러있는 것일까. 또 이런저런 핑계로 그저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해본다.


한 번쯤은 시원하게 울어버리라.
나중에, 한 번에 몰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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