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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숙자 Feb 02. 2017

 당신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요? '남극일기'

https://www.instagram.com/sukja07/

남극일기 (Antarctic Journal, 2005)




  2005년작인데 당시에 그렇게 큰 흥행을 하진 못했다. 미드 '로스트'처럼 떡밥은 다 뿌려놓고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관객들로부터의 거센 비난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스터리 본연의 쫄깃함을 좋아라 하기 때문에 본인은 나름 재밌게 봤던 영화. 대략적인 줄거리는 6명으로 구성된 남극탐험대가 여태껏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도달 불능점'을 정복하기 위해 남극을 횡단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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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일기의 배경이 되는 남극대륙은, 모티브로 잡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이상향'을 보여주기 위한 백그라운드로 더없이 좋은 장소다. 온통 새하얗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더럽혀지기도 쉽기 때문이다. 남극일기에서 임필성 감독은 최종 목적지인 '도달 불능점'에 대한 의미를 캐릭터마다 다양하게 부여했다. 우선, 주연인 송강호는 탐험대장인 최도형 역을 맡았다. 자신의 호기심과 이상향에 대한 욕망 때문에 가족들을 외로움 속에 죽게끔 방치했던 과거를 보유한 인물로, 팀원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탐험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면 이상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제일 잘 표현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지태는 탐험대의 막내인 민재 역을 맡았다. 자의가 아닌, 타인의 의지대로 이상향을 쫓다가 결국 그 본질을 깨닫게 되는 인물로, 도달 불능점(이상향)에 대한 맹목적인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지 표현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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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험 중간에 막내인 민재(유지태)에 의해 발견되는 80년 전, 영국 탐험대가 쓴 '남극일기'는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을 촉발시켜줌과 동시에, 그로 인해 평온했던 탐험대 내의 기류를 미묘하게 바꿔놓음으로써 탐험대와 도달 불능점, 즉 인간과 욕망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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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까지 생존하여 결국 도달 불능점에 안착한 탐험대 막내 유지태. 하지만, 허름한 나무 팻말에 적힌 도달 불능점이라는 글귀를 보고 밀려오는 허무함에 제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이후 유지태의 행보는 나오지 않지만 결국엔 그 이상 전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재의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영화가 끝나나 했더니 행방불명됬었던 탐험대장 최도형 역시 도달 불능점에 나타나고, 멈춰있는 민재와는 달리 도달 불능점을 확인하자마자 또다시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눈발이 휘날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모습이 페이드 아웃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아마도 이후 최도형의 행보에 대해서 관객들은 상상하게 될 것이다. 임필성 감독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라고나 할까.


  아마 그는 또 다른 '도달 불능점'을 찾아 나선 게 아닐까 싶다. 광활한 남극을 탐험하는 탐험가로서의 호기심일 수도 있고, 대장으로서 팀원들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죄책감 때문일 수도, 과거 자신의 욕심 때문에 외롭게 죽어간 가족에 대한 속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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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에 대해 저마다 다르게 대처하는 탐험대원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과연 각자의 이상향에 대해서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고, 그 이상향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건지 한 번쯤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지금 당신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걸까?


ㅤㅤ우리의 욕망이, 여길 지옥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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