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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Jan 09. 2023

내 마음을 달래주는 '치트키'가 있나요?

<요리중독>이라는 게임을 아시는지. 이름처럼 정말 중독을 부르는 게임이다. 나처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작을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막 시작했을 때는 몰랐는데, 특정 단계에 이르자 아이템을 구입해야만 다음 단계로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애시당초 현생에서도 도움 요청을 못하고, 편법 쓰기를 거부하는 인간인지라 오롯히 내 힘으로 레벨을 높이겠노라 다짐 했다.


한데, 게임에 중독된 인간의 눈에는 뵈는게 없더라는. 결국, 나도 돈을 내고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현질'을 하고야 말았다. 맙소사,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정말 해볼만한 경험이었다. 아이템을 쓰기만 하면 나는야 백전백승. 무적이었다. 이렇게 쉬워진다고? 돈 쓸 맛이 절로 났다.



세상에 듣도보도 못한 욕을 랩처럼 내뱉는 친구가 있다. "이런 십장생, 시베리아에서 귤까먹는 소리하네."와 같은 결인데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만큼 독보적이고 창의적인 욕을 구사한다.


한때, 그 강렬함과 통렬함에 반해 그의 욕을 배워보고자 하였으나, 웬걸! 욕에 스며있는 소울과 그루브는 배워서 될 일이 아니었고, 따라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내가 실의에 빠지거나 곤경에 처할 때마다 그는 박력있게 대신 욕을 해주었는데, 마음 속으로만 화를 삭히는 나는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하여,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친구에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었다.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듯이. 그 욕은 내 감정을 전환시켜주는 치트키였으니까.



물론, 당연히, 늘 욕을 갈망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마음 환기' 치트키를 마련해놓고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이유없이 우울해질라치면, 좋아하는 양말을 신고 산책에 나선다. 화려할수록 기분이 급격히 좋아진다지. 쓸데없는 생각이 우후죽순 솟아나면 좋아하는 책을 도피처로 삼기도 한다. 이보다 완벽한 퀘렌시아가 또 있을까싶을 정도. 분노를 주체할 수 없을 때에는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음악을 듣는다. 마음에 선율이 내려앉으면 단 몇 초만에 내 마음은 평화로 가득찬다.


때론 좋아하는 사진으로 카톡 프로필을 바꿔주기도 한다. 그게 뭐라고 순간 신바람이 난다. 맛있는 커피 한 모금과 디저트로 좋은 기분을 충전해줄 때도 있다. 이건 백발백중 확실한 처방이다. 어떤 날은 무작정 사주를 보러가기도 한다. 내 미래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나의 지금을 털어놓기 위해서. 30여 분, 나쁜 마음을 쏟아낸 후 사주 아저씨의 위로를 받고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이템으로 무장한 게임 속 나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다음 스텝으로 나아갔다. 게임 밖 현생의 나는, 내 마음을 달래주는 '마음 환기' 치트키를 쓴다. 감정이 태도가 되어 나의 하루를 망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서.


아이템을 쓰면 게임은 놀랄만큼 쉬워진다. 치트키를 쓰고나면 인생도 숨통이 좀 트이고 살만해진달까. 그러니까 꼿꼿하게 살자고 스트레스 받지말지어다. 수시로 나를 위한 치트키를 쓰고 삽시다, 우리! 그럴려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돈버는 거 아닌가요?



당신만의 마음환기 치트키가 있나요?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즉각적으로 달래주나요?   


남들보다 혹독하게 번아웃을 겪었고, 3년 만에 번아웃에서 탈출했다. 번아웃 탈출을 위한 <자기 돌봄> 콘텐츠를 만들고, 번아웃 탈출을 위한 <생활력 코칭>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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