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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Dec 01. 2022

불안할 땐 엘리스! 우울할 때도 엘리스!

완벽주의자에게 권합니다 ②

살면서 동경한 유일한 직업은 소설가였다. 소설을 써본 적도 없으면서. 상상과 공상으로 끝도 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어떻게든 나를 소설가로 만들어줄 줄 알았다. 물론 그런 일은 꿈에서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소설가는 상상해서 '쓰는' 사람이지 상상만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뭘 모르던 시절의 상상은 언제나 해피엔딩이었다. 그게 좋아서 끝도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상상만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고, 상상만으로는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그 때부터 나의 재기발랄했던 상상력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대신 불안한 채로 상상하는데 온 마음을 썼다. 걱정도 사서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암담한 미래를 그리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불안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강을 바라보다 불쑥,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 또 불쑥, 점심을 먹다가도, 회의를 하다가도 불쑥불쑥 나의 삶을 의심하는 질문이 수시로 튀어나와 마음을 갉아먹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실수로 프로젝트 전체를 망치게 될까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늘 완벽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목표까지 마음에 품은 채로. 다음 날 수정 요청이 오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자기 비하가 이어졌다. 그러다보면 우울감에 빠졌다. 불안과 우울 콤보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으니, 멍하게 휴대폰만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에너지를 소진했다. 



내 불안의 역사는 엘리스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세상에 수많은 엘리스가 있지만, 나의 엘리스는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 그는 감정 문제를 인생 문제라 여기며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를 개발한 미국의 인지심리학자다.


엘리스는 주장한다. 인간은 비합리적 신념 때문에 불안, 우울, 분노, 자괴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그러면서 쓸데없이 자신을 속상하게 하는 게 특기라고 말이다. 예컨대, ‘나는 반드시 성공해야해.’, ‘이번 PT는 무조건 실수 없이 끝내야해.’, ‘상사를 절대 실망시켜서는 안 되지.’ 같은 생각이 그가 말하는 비합리적 신념이다. 비합리적 신념의 문제점은 결국 자기 패배적 결과를 가져와 해롭고 부정적인 감정을 야기 시킨다는 것에 있다.



  

어, 이거 내 얘기 같은데!

그의 책 《오늘부터 불행을 단호히 거부하기로 했다》를 읽으며 깨달았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불안과 우울은 순전히 나의 비합리적 신념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반드시, 무조건, 절대로’ 같은 부사가 머릿속을 맴돌면 그의 이론에 따라 적극적으로 논박하기 시작했다. 거절당하기도 전에 거절당할 상상을 하게 되면 그 상상의 근거를 따지고, 논리적인지를 따져들었다. 또 “거절, 당할 수 있지!”라며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비합리적 신념을 가려내고, 반문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부정적 감정에 빠져들 틈이 저절로 차단되었다. 나쁜 상상으로 슬그머니 불안이 고개를 내밀라치면, 바로 엘리스를 떠올리면서 반박했기에. 작은 실수에도 바보 같다며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던 자기 비판도 덩달아 줄었다. 시시때때로 들이닥치던 불안과 우울이 사라지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런 상태가 가능한 거였다고? 요란하게 윙윙거려 잠들기를 방해하는 모기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물론 어떤 문제는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한다. 희귀병 진단을 받고 패닉 상태가 되었을 땐 엘리스를 생각하지 못했다. 비합리적 신념에 실컷 허우적거린 뒤에야 ‘아, 나의 엘리스를 잊고 있었네.’를 기억해냈을 뿐이다. 엘리스 역시 이런 점을 미리 간파해 문제가 심각할수록 더 적극적으로 비합리적 신념과 싸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훈련하듯 꾸준히, 단련하듯 지속적으로!


불필요한 감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정작 해결해야할 문제를 소홀히 대하고 있다면, 엘리스의 가르침을 따라 해보자. 적어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건을 바라보는 눈이 생길 테니까.


내가 한국의 엘리스라 부르는 나의 멘토는 이런 해법도 제시했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땐, ‘이게 나한테 득이 되는 일인지, 어떻게 해야 득이 될 것인지’에 집중해보라고. 이 또한 효과가 있었다.


어떤 방법이 됐듯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은은한 불안에서 탈출하는 것. 잊지 말자! 불안할 땐 엘리스, 우울할 때도 엘리스다.



무엇 때문에 불안한가요? 불안의 원인이 혹시 비합리적 신념 때문은 아닌지 한 번 살펴보세요. 저는 ‘완벽하지 못하면 망한다’는 비합리적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저처럼 흑과 백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괴로운 건 저  자신일 뿐.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었죠. 앨버트 엘리스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냥 속상해하기만 하면 '문제에 대한 문제'만 발생할 뿐이라고요. 또 어떻게든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는 이렇게 대하라고 말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하고 가볍게 넘기는 순간, 마음을 애태우고 짓누르던 무게가 줄어드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괜찮더라고요. 완벽하지 않아도요. 엘리스와 함께 이 문장도 꼭 새겨두세요.


*참고자료

앨버트 엘리스,《오늘부터 불행을 단호히 거부하기로 했다》(2019)     


콘텐츠 러버.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콘텐츠 기획. 그간 1,000여 곳 이상의 장소, 사람, 공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주로 '쓰고 말하는' 일을 해왔다. 혼자서 주도적으로 일할 때 행복한 프리워커. 대학원에서 커리어코칭을 전공했고, 한 사람의 고유한 강점과 쓸모를 발견하는 재능을 가졌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결국엔 사람. 골목을 누비던 여행작가에서 코치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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