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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Nov 23. 2022

나중으로 미루지 말아요. 행복은 '선착순'이니까!

완벽주의자에게 권합니다 ①

좋아하는 음식은 언제나 제일 나중에 먹었다.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 김말이가 있다면 김말이부터 해치운 후 오징어튀김과 떡볶이를 먹는 식이었다. 햄버거는 감자튀김을 다 먹은 후에 입속으로 넣었다. 돈가스를 먹을 땐 샐러드와 마카로니처럼 접시 위 장식 같은 존재부터 해치웠다. 마지막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상받듯 한 번에 행복을 누리는 게 좋았다.      


문제는 '혼밥'을 벗어날 때 발생했다. 불판 위에서 보기 좋게 익어가는 소고기를 먹을 계획이 난 다 있었거늘. 이를 알 턱 없는 사람들의 쉴 틈 없는 젓가락질에 내 몫의 고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억울한 오해까지 받았다. "생각보다 많이 못 먹는구나.", "왜 이렇게 적게 먹어?"


"아니! 이보시오들, 당신들이 다 먹었잖아. 난 계획이 다 있었다고! 굽는 족족 먹는 게 아니라 다 구워두고 한 번에 먹으려고 했었다고!"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많이 못 먹는 사람인 줄 알고 있겠지. 저기요, 제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식가입니다만!



먹을 때의 방식과 일할 때의 방식도 닮아서 언제나 최후의 기쁨을 남겨두고 기꺼이 과정의 험난함을 견디며 일했다. 가령, 한 달짜리 프로젝트라면 29일동안 오직 일만 생각하면서 책임감에 허덕이다가 딱 하루, 프로젝트를 완수한 기쁨을 몰아서 느끼는 식이었다.


처음엔 문제가 없었다. 힘들긴하지만 일하는데서 재미를 느꼈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즐거웠고, 즐거운데다 돈까지 벌 수 있으니 기뻤으며, 기쁨과 동시에 결과물까지 손에 쥘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하등 없었지. 문제는 '인생의 모든 재미'를 오로지 일하는데서만 충족시키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일이 갑이 되고 내가 을이 되면서.


일의 갑질에 휘둘렸다.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쥔 것이 아니라 일이 쥐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자 나는 점점 불행한 사람이 되어갔다. 프로젝트가 끝나도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과정의 괴로움을 견딘 여파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을 뿐.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쉬어야지, 나중에 놀아야지, 나중에 만나야지, 라고 생각했다. 늘 일이 최우선. 매일의 소소한 행복은 등한시했다.


하루 치 작은 행복을 미루고 또 미루면 그 끝에는 미룬 만큼의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놀랍게도 행복은 복리이자가 아니었다. 불공평하지만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면 그만큼의 불행이 적립되었다.


행복은 선착순. 먼저 누리는 사람이 주인이었다. 그 날의 행복이 매진된 후에는 세상 어떤 부자가 와도 구할 수가 없으니 또 어찌나 공평한지.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가? 과거엔 그랬다. 요령 부릴 줄 모르는 성실함이 최선의 삶이라 믿었기에. 무조건 열심히,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해 힘을 내는 것이 정답인 줄로만 알았기에.


지나고보니 일은 그저 '일'일 뿐이었다.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 순간 망하는 것! 일을 '부지런함', '완벽', '유일한 목표' 따위의 단어와 바꿔 생각할 때 또 한 번 더 망하는 것이다.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로 보내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격렬하게 매일 나만의 행복을 찾고, 그 즉시 행복을 만끽해야한다.


요즘엔 맛있는 음식을 제일 처음 먹는다. 식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행복할 수 있다니. 진작 이렇게 했더라면 맛있는 기분을 더 오래 즐겼을텐데. 이제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인생, 길다!     

 


당신의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작은 행복은 무엇인가요? 오늘 치 행복을 누리셨나요? 과거의 저는 휴식도, 행복을 누리는 일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겪어보니 하루에 5분, 10분만이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일에 잠식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니까요. 


저의 <오늘 치 행복 계획>도 살짝 공개해볼까요? 오전 일정을 끝낸 후에는 제가 좋아하는 하동 우롱차를 마실 거예요. 어떤 음악을 들으지는 차를 끓이면서 생각해보려고 해요. 작은 행복을 마음껏 즐기는 하루가 되시길요!


콘텐츠 러버.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콘텐츠 기획. 그간 1,000여 곳 이상의 장소, 사람, 공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주로 '쓰고 말하는' 일을 해왔다. 혼자서 주도적으로 일할 때 행복한 프리워커. 대학원에서 커리어코칭을 전공했고, 한 사람의 고유한 강점과 쓸모를 발견하는 재능을 가졌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결국엔 사람. 골목을 누비던 여행작가에서 코치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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