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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Nov 14. 2022

번아웃은 때론 터키 아이스크림처럼, 때론 파도처럼 온다

프롤로그

대학로의 어느 골목을 걷던 중이었다. 눈앞에 아이스크림이 ‘휙’하고 끼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가던 걸음을 멈추었는데 이어서 들리는 말. "터키, 터키"


'터키 아이스크림'이었다. 줄듯 말 듯 약 올리는 터키 아이스크림 특유의 장난이 시작됐다. 처음엔 유쾌했는데 점점 불쾌해졌다. 팔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번아웃은 터키 아이스크림처럼 온다. 팔 듯 말 듯, 줄 듯 말 듯하는 터키 아이스크림처럼 번아웃은 ‘밀당’하며 은근슬쩍 찾아온다. 



계획 없이 혼자서 강릉으로 떠났다. 강릉행 KTX가 생기기 전의 일. 강릉에 도착해 대충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다, 눈앞에 바다가 보이 길래 여기서 내리겠다고 외쳤다. 


할 일이 없어서 파도 소리를 들었고, 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파도를 바라보았다. 서너 시간을 내리 파도를 응시하며 '방황하는 나'를 떠나보내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날, 마음의 방황은 완전히 덜어내지 못했지만 파도의 변덕만큼은 확실히 배웠다. 멀찍이 떨어져 걷고 있었건만, 순식간에 거센 파도가 밀려와 내가 서 있던 자리까지 들이닥쳤던 것. 순식간에 젖었다. 신발도, 종아리도 흠뻑. 내내 좋았다가 한 순간 기분을 망쳤던 기억이 난다.


번아웃도 파도처럼 오더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은 파도만 밀려온다고 큰 파도를 잊으면 '절대로' 안 된다. 


나는 작은 파도를 얕보다 큰 파도에 카운터 펀치를 맞고, KO패를 당하며 번아웃을 맞았다. 올 듯 말 듯 할 때에는 '내꺼인 듯 내꺼 아닌 척' 외면해버렸기에.


3년간의 요양 후에야 나를 돌보며 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부터 몸과 마음을 돌보며 일하는 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적어도 당신의 번아웃만큼은 온몸으로 막아주고 싶으니까!


콘텐츠 러버.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콘텐츠 기획. 그간 1,000여 곳의 장소, 사람, 공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쓰고 말하는' 일을 해왔다. 혼자서 주도적으로 일할 때 행복한 프리워커. 대학원에서 커리어코칭을 전공했고, 한 사람의 고유한 강점과 쓸모를 발견하는 재능을 가졌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결국엔 사람. 골목을 누비던 여행작가에서 코치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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