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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Jan 02. 2020

2020 원더키디를 기억하며

지금의 나, 그리고 과거의 그 무엇


2020은 뭔가 다르겠지.


어려서 보던  2020 원더키디라는 만화가 있었다. 당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세상엔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귀가 뾰족한 초록색 피부의 외계인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많이 변했는데, 또 그다지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이 만화의 주제곡을 소방차가 불렀었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와! 소방차가 노래를 불렀다!" 할 정도로 놀라워하고 좋아했었던 기억이 있다. 검색을 하지 않고도 '원더키디~'하던 그 노래가 아직도 기억날 정도니 말이다. 


어쨌든 이 작품이 아마 1989년도 것이었던데, 나는 어린 마음에 2020년도에는 세상이 뒤집힐 줄 알았다. 뭐 반쯤은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하루하루 나 스스로의 부족함과 고민에 더 집중하는 소소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세상과는 무관하게도 큰 변화 없는 삶의 연장선, 그 위에 있다. 


오늘도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많은 이들이 나에게 왜 더 이상 브런치 글을 쓰지 않는지 궁금해하더라.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여유가 없었다. 물리적인 여유가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일하지 않는 듯 일하고 있기도 하고, 나름 하지 않던 일을 하면서 바쁜 것도 있다.


일단 예상치도 못하게 이민자들이 일군 한인 성당 역사와 관련된 책 집필에 투입되어서 글을 쓰고 있다. 자료는 충분하지 않은데, 또 지어낼 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캐고 정리하고 있는 것도 일이고. 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혹은 존재하더라도 인지능력이 부족하던 시절. 그것도 타국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이 녹록지는 않다. 물론 재미있다. 그것도 무척. 그러고 보니 나는 질적 연구와 내러티브 기술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던 터라, 지금의 일이 즐겁다. 부족한 자료를 보강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그들을 인터뷰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즐겁고, 무언가 몰두하며 또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도 좋다. 비단 작업 속도가 더디고 좀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기분 좋은 스트레스와 같다고 할까? 그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영어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데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데에 따른 일종의 죄책감이 들어서 한국어 글쓰기에 많은 시간 투자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있다. 영어로 언젠가 한국어만큼 편하게 글을 쓰고 싶다. 가능할까 싶긴 하다. 딱히 영어 공부를 열정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괜스레 한국어에 너무 몰입하기 싫은 양가감정에 시달리는 터라 나도 모르게 브런치와 멀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돌보는 것에 좀 많이 집중하고 있다. 나는 초보다. 엄마로서는 20점 정도 줄 수 있겠다. 나는 요리도 싫어하고, 청소는 굼뜨고 빨래 개는 건 두고두고 미룬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긴 하다. 그래서 하기 싫은 청소, 빨래, 요리와 더불어 엄마 역할이라는 것을 좀 해보려고 하는 중이다. 그런데 내 능력 밖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다 보니,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 것 같다.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생길 수 없는지 모르겠다. 그러해서.


올해는 다시 글을 좀 써보려 한다. 살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과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다 보니, 어느새 그것들이 모두 휘발되어 기억나지 않더라. 여전히 글쓰기가 좋으면서도 게으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년의 나를 반성한다. 


물론 매일 밥 먹듯 하는 반성이지만, 크게 달라질까 싶긴 하다. 새해가 되어 크게 뭔가 다짐하고 변할 것 같긴 하지만, 2020원더키디가 오지 않았듯 전혀 새로운 내가 문득 등장할 수 있을지. 알면서도 또 늘 하듯 하는 그런 새해 다짐 한 자락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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