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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강 Jun 27. 2016

있잖아, 엄마! - 9

##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서성거리다.

Q. 있잖아, 엄마!

그제는 강릉에서 모임이 있었어.

매달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인데 경계를 넘어선 배움이 좋아 언제나 한달음에 달려가네.

나이의 경계도 없고 직업의 경계도 없는 색깔 있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참 좋아.

난 그곳에 가면 마음이 참 편해.

어떤 것도 강요하는 것이 없고 어떤 규칙도 없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만남인데 그 속에 보이지 않는 중심이 있어 한 달에 한 번 유쾌한 일탈을 위한 소심한 여행을 다녀와.


모임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사람들의 얼굴에도 하나 둘 홍조가 보이기 시작했어.

발그레하게 물든 몇몇 사람들의 걸음이 휘청이기도 하고

술의 힘을 빌어 몇몇은 고뇌하는  철학자가 되기도 했어.


그때 누군가 물었어.


"행복하세요?"


갑자기 나의 시간이 멈춘 듯했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린 사람들의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어.


"당신은 행복하세요?"


자주 받는 질문인 것도 같은데 왜 언제나 낯설까?

그녀는 나의 답을 듣기도 전에 말했어.


"나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그냥 살아요."


있잖아, 엄마!

엄마는 행복해?


A. 있잖아, 딸!

엄마는


"엄마는 행복해?"


라고 묻는 우리 딸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어.


사람들은 남의 행복에 관심이 참 많은 것 같단다.

자신의 행복은 먼저 말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관리하려 들지.


"당신은 행복하세요?"


그 질문은 타인의 불행을 확인하고 싶은 맘이 있는 것도 같고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말하고 싶어 하는 것도 같아.

어쩌면 정말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말해달라는 것도 같아.

모두 흔들리는 나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단다.


있잖아, 딸!

우리는 행복과 불행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꼭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까?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이 영원할 수 있을까?


"엄마는 지금 행복하단다."


아마도 지나간 시간 중에 불행이 있었을 거야.

그런데 시간들을 들춰보면 언제나 한 순간의 행복과 한순간의 불행 사이에 있었던 것 같아.


사람들은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서성거린단다.

누구도 늘 불행하거나 늘 행복하지는 않아.

어떤 날은 행복 언저리에 있었을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불행 언저리에 있었을 때도 있었을 거야.


딸아!

우리는 참 어리석어서 행복에는 둔하면서 불행에는 민감하단다. 행복이 찾아와도 행복이 달아날까 두려워하며 불행을 힐끔거린단다.  만약 지금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행복도 기다려 보렴.


행복은 오는 줄 모르고 오는 거란다.

행복을 의심하는 순간 행복은 달아나버리지!

행복을 확인하려하지 마.


"나는 정말 행복할까?"


행복하냐고 묻지 마렴!

행복하려고 애쓰지도 마렴!

행복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렴!


너는 그냥 그 자리에서 너를 들여다보렴.

그리고 웃으렴.

오늘을 살고 있는 너를 꼭 안아주렴.

그리고 기억하렴.


괜찮아 괜찮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넌 지금 여기 있잖아!

사랑해 엄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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