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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스 Oct 17. 2023

시어머니와 기막힌 7주 간의 동거(1)

동거의 경위

우리 부부와 어머니 모두에게 고통과 상처로 남은 7주의 시간이 지났다. 어느덧 결혼 8년 차이지만 지방에 사시는 어머니를 드문드문 만난 나에게 이 시간은 어머니와 우리 부부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인지 극명하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동거의 경위는 이러하다. 우리 가족이 이사 갈 집의 리모델링을 전담해 달라고 지방에 계신 어머니를 모셔왔다. 나는 15개월 아이를 키우며 둘째를 임신하여 몸이 피곤한 상태였고 남편은 회사 일로 바빠 생소한 분야인 리모델링을 기에 벅찼다. 그래서 전에 본인 집을 고치신 경험이 있는 어머니를 모셔와 도움을 받으려 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리모델링 초짜였다. 길어야 3-4주가 걸릴 거라고 생각한 인테리어 기간은 예상을 뛰어넘어 A/S 까지 7주가 걸렸다. 한 달 동거는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기간이 2배 가까이 길어지자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났고 조금만 신경이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본성을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표출하기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인테리어 견적 및 업체 선정, 계약서 작성, 진행과정 모니터링, 이사 견적과 이삿날 이사, 인테리어 A/S까지 모든 걸 우리와 함께 하셨다. 그동안 나는 둘째를 임신한 채로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조수 역할을 했고 집에서는 집안일과 가족들 식사를 책임지고 첫째 아이를 돌봤다.


나와 성격이 180도 다른 시어머니와 거의 24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지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머니와 관계가 안 좋은 남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 이 기간 동안 남편은 나보다 3배는 많이 어머니와 언쟁을 일삼았지만 결국 최종 죄인은 피가 섞이지 않은 며느리가 되었다. 이 동거의 결과 시어머니는 큰 아들과 큰 며느리 전화를 수신차단했으며, 카톡으로 손주 사진을 보낼 때만 짤막하게 고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사한 집은 처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기쁘고 감격스러운 장소였지만, 이사하기도 전에 실랑이를 하고 원망과 불평이 오고 갔던 사연 많은 집이 되었다.


처음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인내하고 맞춰드리려는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모셨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앞으로는 시어머니와 잘 지낼 수 있을까. 후회와 통탄으로 범벅된 지난 7주를 되돌아본다.



표지 사진 출처: UnsplashNolan Is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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