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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과의사X Feb 13. 2023

깜냥

사람이 자기 깜냥대로 살아야 하는데 너무 오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도 인정하기 싫을 만큼 자주 버겁고 막막하고 까마득한 기분이 드는 요즘인데. 일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이걸 이겨내야 하는 이유가 점점 퇴색해 가는 것이, 버틸 힘이 없다기보다 버틸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날 힘들게 한다.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봐야 할 것들을 못 보고 있고, 내게 강요되는 기준들에 떠밀리면서 내가 지키고 싶은 기준들을 잃어버린다.


한 사람을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쉽게 판단하는 이 팍팍하고 매섭게 날 선 공간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 이것 저곳에 생채기가 나고 굳은살이 돋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까지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 대답을 망설임 없이 했던 난 어디 갔을까. 홀로 끝없이 침전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이들, 심지어 나 자신과도 멀어져 가며 난 무엇을 잡으려고 하는 걸까. 그게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 그걸 얻으면 난 행복할까.


2017.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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