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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Apr 29. 2021

인터넷 언론사 인턴 기자로 일하며-

글쓰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

안녕하세요. 브런치의 많은 저자들께서는 정보 전달이든 에세이든 보통 독백체로 글을 작성하시는데, 대부분의 글을 존댓말로 작성해온 김종민입니다. 오늘은 인터넷 언론사에서 일하며 배운 점,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한 생각 등을 글로 써봤습니다.


저는 현재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검색 제휴, 주요 포털의 탭에 노출)에서 9개월 인턴 기자로 일하고 있는데요. 정확히는 계약서를 쓰고 하는 인턴은 아니고, 아직까지 학생으로서 국가근로 신분으로 외부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보조적인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고 제 이름을 달고 기사가 나가며 포털 사이트의 정보에도 등록된 상태입니다. 주로 e스포츠와 IT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제 이름을 달고 기사가 나간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검색하는게 잘 맞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취재를 하러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요약, 정리해서 기사로 만드는게 정말 좋은 방식인지 회의가 들기도 하고, 반면에 오히려 편해서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일을 얼마나 했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웃기지만(뒤에서도, 주제 넘는 이야기를 계속 할 작정이지만요), 저같은 경우에는 특종이나 트렌드, 새로운 소식을 계속 쫓는 성향과는 다소 맞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소식, 속보,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헤맨다는 것이 다소 공허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성서에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는데, 새로운 소식이 계속 등장함에도 뭔가 돌고 돈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한편 제가 느끼기에, 인론과 홍보 영역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학, 공학, 인문학 등 세상의 각 영역에 전문가가 있듯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달하는데 특화된 전문가라고 느꼈습니다. '전달'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콘텐츠'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요.


반면에 항상 저는 콘텐츠의 질, 정확성, 엄밀성을 중시했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성을 추구하다보면 결국 대중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특수한 논제에 발이 묶이게 되고, 그러한 지식을 잘 가공해 전달하고 호응을 끌어내는 것은 몇 배는 어려운 일이 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대중 과학자를 꿈꾸며 공부를 지속하려 했으나, 그건 정말 쉽지 않기에 목표 재설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를 통해서 배운 것이 저널리즘보다는 경영적인 이슈에 가까웠습니다. 소규모 미디어 회사가 살아남는 방법, 맞춤 타겟을 잡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법, 작은 언론사를 키워가는 과정 등을 짧게나마 옆에서 보고, 궁금한 것은 직원 분들께 물어가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의 최종적인 관심사는 뚜렷했거든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나만의 미디어로 콘텐츠를 생산할 것." 그 과정에서 어떤 콘텐츠로 남들과 차별화할지를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이 브랜딩과 콘텐츠 생산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기술(과학, IT 등)과 경영/경제의 이슈를 묶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제일 재밌겠다고 느꼈습니다. 재미가 없다면, 콘텐츠를 꾸준히 쓸 수 없을테니까 아마도 주제의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브런치는 제게 첫 시도였고, 여전히 의미있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예상보다는 성공한 매체입니다.


구글 검색 1페이지에 뜨기도


존댓말로(최대한 친절하게) 정보성 글을 썼던 전략이 유효해서였을까요? 아니면 과학-기술 관련 콘텐츠를 썼던 것을 제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호응해줘서였을까요? 제 예상보다 꾸준히 많은 분들께서 제 게시글을 보고 구독하신다는 점이 놀랍고도 신기했습니다. 인턴 기자로 일하면서는 하루에 너무 많은 글을 보고 쓰느라, 여력이 부족해 글을 거의 작성하지 못했는데도 말이죠.


저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제 글을 써내려갔고, 그러다보니 과학과 기술에 대한 설명 글을 주저리주저리 쓰곤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글들이 검색 키워드 노출에 높게 랭크되며 생각보다 괜찮은 조회수가 나오곤 했습니다. 대단히 뛰어난 수치는 아니지만, 주제와 발행량을 생각하면 괜찮은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여전히 브런치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어떤 소통의 창구보다는 개인적인 기록, 그러면서도 정보를 전달하는 에세이가 많습니다. 개인적이지만 통찰력이 담긴 글, 독창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글들 사이에서 제가 써온 '쉽게 이해하는 과학-기술 정보 글'이 자리를 잘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분들이 소소하게 개인적 경험을 담아 쓴 글들이 IT 트렌드의 측면에서 정말 좋은 인사이트와 정보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저는 그런 분들에 비해 정보성도 크게 뒤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라는 플랫폼 자체가 주는 혼란도 있었습니다. 브런치는 다음 소속으로, 콘텐츠가 카카오 #탭과 다음에 자주 노출되곤 합니다. 그런데 다음이라는 포털은 상대적으로 중-장년에서 노년층이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입니다. 카카오톡 탭 뉴스도(제 개인적으로는) MZ세대나 30대가 보기에 좋은 UI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큐레이션되는 콘텐츠들은 이름만 들어도 올드한 다음 카페 출처입니다.


다음은 분명 브런치를...밀고있나?


그런데 대조적으로 브런치는 너무나 트렌디하고, 진보적이고, 팬시한 에세이들이 많이 올라온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음 포털에서 빛과 소금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봐야할지, 아니면 약간은 어색한 동행인지 감이 안오더군요.


그러다보니 IT, 과학, 경제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다가도 브런치에 맞는 글은 도대체 무엇일까, 브런치에 쓰면 읽는 사람이 누구라고 가정하고 써야할까-에 대해서 다소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또다른 플랫폼인 티스토리에서는, 아예 다음 사용자들을 맞춤으로 글을 쓰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블로그의 이름이 'IT & 경제 연구소'인 만큼, IT와 경제 이슈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다룰 생각입니다만, 너무 어렵고 복잡한 주제는 피할 것 같네요. (블로그 하시는 분들이 보통 키워드 털리는 걸 두려워하시는데, 저는 키워드 효율성보다는 제가 궁금하고 재밌어 보이는 주제 위주로 하니까 괜찮겠죠?ㅎㅎ;)



브런치든 블로그든 우선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인터넷 언론이나 뉴미디어로 커질 수도 있겠죠. 제 목표는 뚜렷합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쌓고, 전문가로서 브랜딩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독자 타겟에 따라 '양질의 콘텐츠'가 무엇인지가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지는 만큼, 브런치에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할지 다소 고민입니다. 어쨌든, 기술과 경제(경영)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주제가 정해진 것만으로 다행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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