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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Aug 31. 2023

들어가며 : IT기자 출장길에서

숙소를 떠나 전시회장으로 출근할 때의 길거리 모습


오랫동안 씨름하던 큰 과제 하나를 내려놨다. 이동통신 연대기를 써보고자 했던 고난한 여정이 끝났다. 지금으로서는 관문을 통과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후로 몇일간 브런치를 쉬었다. 그런데 더 쉬면 마냥 내려놓을 것만 같았다. 


평소 느낀대로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글감을 찾고 있자니, 그간 다녀온 출장길에서 경험했던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어놔도 되겠다 싶다. IT분야를 취재하는 기자가 다녀온 출장이 얼마나 재밌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일을 들여다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생각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IT분야 기자로써 출장을 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물론 새로운 곳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부담도 상당하다. 


우선 이 분야가 제일 문제다. 보통 IT 분야에서의 출장은 특정 기업이나 현재 동향과 관련해 새로운 기술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니면 무언가를 보다 깊게 파헤치기 위함이다. 즉, 세상에 없던 기이한 것들(?)을 먼저 경험한다. 선점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있겠으나 나름의 이해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망망대해를 헤엄쳐 가는 것과 다름 없다. 


때문에 출장 계획이 잡히면 선행해야 하는 작업은 도착지의 입국심사 절차나 지역정보가 아닌 사전 정보 취합이다. 가령 글로벌 전시회에 참여한다고 하면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의 정보와 전시장소의 지도, 취재 일정과 동선, 현재 관련된 현안과 과거 사례 등 잡다하다면 잡다한 모든 자료를 모아야 한다. 계획이 없다면 현장에서 헤메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설령 완벽한 계획을 세우더라도 현장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잘 준비해가면 절반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끔은 각 지역의 IT 소비 상황을 경험하기 위해 전자 기기들이 주로 소비되는 번화가를 찾기도 한다

현장의 정보 중에서 핵심 요소 역시 여행 정보보다는 네트워크 상태와 밥이다. 로밍뿐만 아니라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고 가정하면 안된다. 취재 계획에 따라 움직이며 기사를 마감할 수 있는 장소, 또 그 장소의 네트워크 현황까지 파악해둬야 한다. 간혹 호텔 정보를 뒤적이며 와이파이 상태를 먼저 검색해보기도 했다. 


밥은 일반적인 삼시세끼는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야식이다. 통상적으로 기자가 출장지에서 마감을 하는 시간대는 행사가 모두 끝난 직후부터다. 실시간 대응을 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각각의 매체 특성에 따라 퇴근 이후 본격적인 일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행사를 준비했거나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보고서 작성에 열을 올릴 수도 있으나 저녁 시간 이후가 되면 좀 더 여유를 갖고 저녁 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그 때부터 IT기자들은 발을 동동 굴릴 때가 많다. 그래서 IT기자들은 네트워킹을 위한 저녁 자리에서 습관적으로 "언제 숙소로 돌아가나요?"를 반복해 물어본다.


그리고 돌아온 숙소에서 쌓인 마감을 처리하다보면 금새 배가 꺼진다. 우리나라야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많이 분포해있지만 특정 출장지역의 경우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출장을 떠나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우선 긁어모은 모든 자료들을 개인 클라우드로 옮기고 오프라인으로 전환시킨다. 동선이 표시된 지도와 행사 일정 등은 되도록이면 하드카피로 챙긴다. 또한 자료들을 한번 더 검색하고 이를 요약해서 문서화시킨다. 이렇게 준비한 자료들은 보통 비행기안에서 미리 취재 경로와 마감일정에 따라 시뮬레이션하며 읽는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대형마트를 찾는다. 각 지역마다 다르겠으나 되도록이면 과일과 레토르트, 또는 컵라면을 구매한다. 과일은 피로회복을 돕는 훌륭한 자원(?)이고, 또 그 지역에서 싸게 나오는 생산물이 있다. 컵라면은 든든한 지원군으로, 호텔마다 전기포트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여행용 포트를 꼭 챙겨간다. 맥주 애호가로서 주류도 구매 목록 상위에 랭크돼 있다. 


상비약은 당연히 챙겨야 하는 물품이다. 특히 위장계열의 상비약은 반드시 챙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탈나는 곳이 소화기관이다. 또 건강보조제 역시도 반드시 동봉한다. 정말이지 체력만이 살 길이다. 아침에 숙소를 떠나면 '1일 1포'는 해줘야 한다.    

애플이 리뉴얼해 재오픈했을 당시 찾았던 샌프란시스코 애플 스토어 모습

물론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계획대로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운이 좋다면 반나절 정도는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다. 대부분 출장지에서 개인시간은 그 반나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에 있다. 이번 매거진의 대부분의 내용이 아마도 그 짧은 시간동안 경험했던 내용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얘기도 있고, 지난 10년 전 추억을 되짚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글 쓰는게 직업이기는 하지만 틀안에 갇혀 있기 보다는 자유롭게 개인사를 섞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쓰고자 한다. 지금은 어떤 출장 얘기부터 쓸 지 고민이다. 가장 최근부터 기억을 되살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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