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 전기통신공사 설립, K-정보통신 시작

1부. 통신사업 구조 개편

by 김문기

대한민국 정보통신 행정의 뿌리는 1885년 설립된 한성전보총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해방을 거쳐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체신부는 우편과 전신, 전화 등의 물리적 통신 수단을 관장해 왔다. 하지만 이 시기까지의 업무는 우리가 오늘날 이해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정보통신 흐름은 점차 본격화됐다. 국내에서도 통신 인프라 확충과 고도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체신부 체계만으로는 빠르게 진화하는 통신 기술을 담아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980년대 초반, 체신부는 통신사업 조직의 급격한 팽창과 복잡해진 업무를 기존의 관료적이고 경직된 조직 체계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이동통신 분야는 특히 기존 체계와의 부조화를 드러냈고, 경영 관리상 문제도 함께 지적됐다. 이에 따라 체신부는 통신사업을 별도 조직으로 독립시키는 공사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198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통신사업 구조 개편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미국은 1982년 AT&T의 독점 해체를 통해 지역벨사 체제를 출범시켰고, 영국은 1984년 브리티시 텔레콤(BT)을 민영화했다. 일본 또한 1985년 NTT를 공사화한 후 민영화 체제로 전환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정보통신 산업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 개편을 추진한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통신사업 경영체제 개선방안'은 1980년 12월 19일 대통령 재가를 받아 공식화되었다.1) 이후 체신부는 발 빠르게 움직여 1981년 3월 14일 '한국전기통신공사법'을 제정했고, 법 명칭에 따라 새로운 통신 공기업의 명칭은 '한국전기통신공사(KTA, Korea Telecom Authority)'로 확정되었다.

다운로드.jpeg 한국전기통신공사 로고 [사진=한국전기통신공사]

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는 국내 기업 중 전례 없는 규모로 출범했다. 설립 자금은 총 2조 5천억 원으로 전액 정부가 출자했으며, 임직원 수는 3만 5천87명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공기업의 출범을 넘어, 국가 정보통신 인프라를 주도할 핵심 조직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1981년 12월 10일 공식 출범한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이듬해인 1982년 1월 4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2) 창립 초기부터 적체된 전화 수요 해소, 광통신 인프라 구축, 특수 서비스 도입 등 주요 과제를 신속히 해결하며, 국내 정보통신 현대화를 실질적으로 견인하는 중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초대 사장으로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자 제11대 국회의원이었던 이우재가 임명됐다.3) 1981년 민주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우재 사장은 이후 체신부 장관까지 역임하며, 정보통신 행정과 산업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된다.

다운로드 (2).jpeg KT 광화문 사옥 130주년 기념 촬영본. KT의 전신은 1982년 문을 연 한국전기통신공사다. [사진=KT]

설립 이후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전자교환기 도입, 전국 전화번호 자동화, 광케이블 전국망 구축 등 굵직한 현대화 작업을 신속하게 수행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전국적 정보화 사회 기반 조성을 위한 전략적 조치였다.


무엇보다 이 공사의 출범은 향후 KT 민영화와 민간 경쟁체제 도입으로 이어지는 구조 개편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2000년대 초 KT의 완전 민영화는 이때부터 닦아온 정보통신 인프라와 운영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출범은 단절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정책적 연속성 위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부록: 주요 사건 정리

1885.09.28 한성전보총국이 설립되며 대한민국 정보통신 행정의 뿌리가 형성됐다.

1948.08.15 정부 수립과 함께 체신부가 출범해 우편·전신·전화 등 국가 통신 업무를 통합 관리했다.

1980.12.19 ‘통신사업 경영체제 개선방안’이 대통령 재가를 받아 통신사업 공사화가 공식 정책으로 확정됐다.

1981.03.14 ‘한국전기통신공사법’이 제정돼 통신 행정과 경영의 분리, 공사 설립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1981.12.10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정부 전액 출자로 출범했으며, 임직원 3만5087명의 대규모 조직으로 국가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의 주체가 됐다.

1982.01.04 한국전기통신공사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해 전화 적체 해소와 광통신망 구축 등 통신 현대화를 추진했다. 초대 사장으로 이우재가 취임해 체신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통신 행정의 전환기를 주도했다.



1) <82년부터 전신 전화 사업 공사화>, 동아일보, 1980.12.26.

2) <한국 전기통신공사 오늘 오후부터 업무>, 동아일보, 1981. 1. 4.

3) <전기통신공사장 이우재 씨를 임명>, 매일경제, 1981.11.16.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