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통신사업 구조 개편
1980년대 초 체신부는 한국전기통신공사 설립과 함께 또 하나의 큰 과제를 안고 있었다. 급속도로 부상하던 데이터통신 기술을 조기에 국내에 정착시키고, 정보 이용 측면에서 낙후된 우리나라의 수준을 끌어올릴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다. 당시로서는 통신선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으며, 수익성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잠재력은 무한한 분야로 평가됐다.
이에 체신부는 1981년 '데이터통신 육성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별도의 전문 사업자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82년 3월 10일, '한국데이터통신주식회사(현 LG유플러스)'가 정식 발족했다.1) 법인 등기는 같은 해 3월 29일 이뤄졌으며, 초기 자본금은 63억8천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중 20억원은 한국전기통신공사가, 나머지 43억8천만원은 금성사(현 LG), 삼성 등 주요 민간 기업들이 출자했다.
비록 대주주는 한국전기통신공사였지만, 한국데이터통신은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갖춘 별도 법인으로 운영됐다. 초대 사장에는 삼보컴퓨터 설립자이자 한국전자기술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이용태 박사가 선임됐다. 그의 전문성과 산업적 감각은 한국 초창기 데이터통신 산업에 실질적인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데이터통신의 설립은 단순한 조직 출범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당시 기준으로도 획기적인 서비스들이 도입됐다. 가정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날씨, 생필품 시세, 항공·기차표 예매, 숙박 일정 확인은 물론 증권 시세까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정보화 사회'의 초기 모습을 대중에게 체감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가기관, 산업체, 연구기관 등에서는 국제전용회선을 통해 해외 최신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으며, 정보 접근성의 지리적 장벽이 허물어지는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1982년 9월에는 한국전기통신공사로부터 국내 특정 데이터통신회선 서비스를 이관받아 사업 영역을 넓혔고,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ITT 월드컴퍼니와 패킷교환 데이터통신 운영 협정을 체결해 국제데이터통신 인프라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2)
초창기 한국데이터통신은 데이터 전송과 처리, 데이터 뱅크 구축, 전용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표준화, 장비 개발과 대여, 기술상담 등 폭넓은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당시 9,600bps(초당 비트 전송률)의 디지털 전용회선을 시차 배분 방식으로 활용한 것은 한국 데이터통신 기술 진화의 초석이 됐다.
한국데이터통신의 출범은 국제적으로도 발 빠른 대응 사례로 주목받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당시 이미 데이터 통신 기반 서비스가 산업계에 도입되고 있었지만, 한국은 빠른 제도 정비와 민·관 공동 참여를 통해 후발주자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훗날 PC통신과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국내 정보통신 확산의 결정적 기반이 되었다.
나아가, 한국데이터통신은 단순한 통신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소프트웨어 표준화, 디지털 장비 국산화, 네트워크 기술 내재화에 기여하며 대한민국이 통신 소비국에서 통신기술 보유국으로 전환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PC통신 브랜드로 대중에게 본격적인 '온라인 시대'의 문을 열었으며, 오늘날의 LG유플러스에 이르기까지 그 유산은 지속되고 있다.
부록: 주요 사건 정리
1981년 체신부가 ‘데이터통신 육성추진계획’을 수립하며 데이터통신 전담 사업자 설립을 추진했다.
1982.03.10 한국데이터통신주식회사(현 LG유플러스)가 정식 발족해 국내 최초의 데이터통신 전문 사업자로 출범했다. 초대 사장 이용태 박사의 지휘 아래 한국데이터통신은 9,600bps급 디지털 전용회선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데이터 전송·저장·표준화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다.
1982.03.29 한국데이터통신이 법인 등기를 완료했으며, 자본금 63억8천만원 가운데 20억원은 한국전기통신공사, 43억8천만원은 금성사·삼성 등 민간이 출자했다.
1982.09 한국전기통신공사로부터 특정 데이터통신회선 서비스를 이관받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982.11 미국 ITT 월드컴퍼니와 패킷교환 데이터통신 운영 협정을 체결하며 국제 데이터통신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
1) <데이터통신 창립>, 조선일보, 1982. 3.11.
2) <디지틀 교환기술 도입>, 매일경제, 1982.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