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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쏠라미 Dec 08. 2021

걱정과 다름에 화가 날 때

긴장했는데 왜 아무일도 안일어나?

내 취미는 미싱. 

10년동안 봉태기(재봉틀 권태기)를 겪으면서도 이어온 유일한 취미다.

첫째가 돌 때부터 틈틈히 배워서 둘째 딸 원피스에 가방까지 만들어주는 나는 자칭 금손 재봉꾼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또한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고싶은 마음에 주끼에서 제일 비싼 공업용 미싱을 주문했다.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로 선뜻 결제를 해주어서 행복했다.


결제를 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또 배송이 딜레이가 되서 다음 주 에 배송이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잔잔하던 마음에 물결이 일렁였다.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설레였다가 조급했다가.

지루했다가 긴장됐다가 기다려졌다가.

그냥... 주문을 취소해버릴까? 하고 생각했다.


좋았다 싫었다, 기뻤다 분노했다 결국은 무기력하게 포기하는 것.

나의 오랜 습관이었다.


이건 물건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 혼자만의 내적갈등을 겪으며 혼란함을 느끼던 어느 날 밤11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동생네서 놀다가 늦어버렸다.

곧 귀가 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전화받아서 뭐라고하지? 아 큰일났다- 싶었다.

역시나 애들 잘 시간인데 아직도 놀고있냐고 신랑은 잔소리를 했다.


알았어...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아이들을 챙겨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스트레스였다.


마음만큼이나 발걸음도 무거웠다.

첫째아이는 집에가기 싫다고 하였다.

너도 그러니? 

엄마도 그래. 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큰 아이도 나만큼이나 곧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불안해 하고있었네)


아...

남편의 잔소리를 못참고 내가 또 말대꾸를 해서 싸움이 되면어쩌지? 

걱정과 불안을 느끼며 집에 도착했는데 집에오니 아무일도 없었다.


아이들에게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얼른 옷갈아입고 누워."


아이들은 양치,세수도 동생네서 미리 다 했었기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옷만 갈아입고 잠들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긴장하고있던 내가 우습다.

잔뜩 긴장하고 왔는데

아무일도 없었음에 화가났다.



상담받을 때 원장님이 얘기하셨었다.


아이가 나를 화나게 하는 순간, 화가 오르는 순간.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생각해 보기.


나는 육아가 힘들어서 상담을 받기 시작한 거였는데 어느 순간 피드백들을 남편에게 적용하고 있었다.


남편이 나를 긴장하게 하는 순간.

남편이 나를 화가 나게 하는 순간.

남편이 나를 억울하게 만드는 순간.


남편을 마주하면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

왜 그런지 생각해보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 거리는 불안하고 불행한 부부는 아니었다. 


아니. 

부부싸움 안했으면 된거지.

아이들도 잠들고 별 일 없었으면 된거지.

별안간 

긴장했는데 예상했던 남편과의 말다툼을 안해서 불안한 건 또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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