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쏠라미 Jun 02. 2022

이번 생은 처음이라

서른다섯은 처음이라

얼마 전에 뜻밖의 여정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는 나영석 피디의 작품인데 배우 윤여정 님과 이서진 님이 나온다.

거기서 윤여정 님이 언젠가 한 번 얘기하셨다며 이런 명언이 나왔다.

"몰라~나도 60은 처음이라"


나도 서른다섯은 처음이라. 


이번 생은 처음이라 라는 드라마도 있다.

유튜브에서 줄거리 보기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세계.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역주행했다.


너무 잔잔해서 지루할 법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사다난했던 스토리는 나에게 공감과 환희를 불러일으켰다.

결혼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계약이 신선했다.

별 일 아닌 듯 받아들이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천하는 그들의 방식은 아름다워 보였다.


흔한 인물 설정이었다.

여주인공은 착하고 순한 모태솔로였지만 내가 정말 흥미를 느낀 이유는 그런 와중에도 당차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당황을 하지만 이내 아닌 건 아니라고 할 말은 하고 만다.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그 모습.

할 말은 다 하면서도 또 상대방에게 매너를 지키고 있었고, 처음이라 서툰 일들을 마주하는 자세가 상당히 솔직해서 매력이 넘쳤다.


그 인물도 88년생이었다.

같은 나이어서였을까?

나와 다른 모습에 나는 창피함도 느꼈다. 


똑같이 이번 생은 처음이었는데 

그녀는 정말 멋졌다.


요즘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예상 밖의 결정을 하고야 만다.

그게 옛날의 진부한 드라마와 달라서 더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드라마 속의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배우고 있다. 

아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나는 그걸 이제야 배우고 있다.

그래서인가 15년 전 연애할 때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이었던 내가 지금은 조금씩 내 마음의 소리를 내뱉고 논리적으로 남편을 설득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은 종종 당황하는 것 같다.

그래도 변해가는 나를 받아들이고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남편을 보며 사뭇 뿌듯하다.

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해도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구나.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벌벌 떨 필요 없었는데. 나는 겁쟁이였구나. 하하하


나름 어릴 때 독서도 많이 했고 문화생활도 많이 했는데, 나는 그냥 시간만 때우고 있었던 듯.

이제야 새롭게 간접경험을 통한 배움의 과정을 걸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가 날 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