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1. 치앙마이
1.
어제까지 미친듯이 일하고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잠은 또 안와 12시 넘어서 겨우 잠들었다.
그래서 4시 50분 알람을 들은 것 같기는 한데 일어난 시간이 5시 40분에 일어났다.
처음에 시계 보고 6시 40분으로 생각해서 면도만 하고 뛰쳐나갔는데 지하철 시간을 찍어보니 딱 알맞게 공항 도착 가능.
5시 55분에 지하철 탑승해 무사하고 쾌적하게 면세 구역까지 들어갔다.
2.
신한 에어 1.5 카드로 스카이허브라운지에서 탐욕스럽게 아침을 먹어댔다.
참을까 했지만 기어이 감튀와 모닝맥주로 마무리. 여행의 시작은 역시 라운지 맥주지.
3.
좌석도 기내식도 서비스도 나쁘지 않았던 타이항공 TG659
3 3 3 배열의 가운데 통로석이었는데 옆 자리가 비어 쾌적했으나 옆옆 자리의 인도사람처럼 생긴 아저씨가 맥주를 먹고 정말 세상에 트림을 끄어억끄억. 내장이 내게 말을 거는 줄 알았다. 아저씨는 싱하 비어와 사랑에 빠졌는지 계속 맥주를 시켜 먹으며 끄억끄억. 그러다 고단했는지 급기야 가운데자리 팔걸이를 올리고 두 자리를 차지하더니 머리를 내 쪽에 두고 좌석에 누워 수면을 시작했다. 아저씨에게서는 어디서 맡아본 듯 한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달짝지근한 냄새가 솔솔 흘러나왔다. 악취는 아니었으나.. 아조씨..
4.
방콕 공항에 내려 4시간 환승대기를 시작했다. 와이파이도 별 문제없이 연결되었고, 이제 뜨거운 라떼를 홀짝이며 카페에 앉아 우아하게 아이패드로 책을 읽고 일기를 정리하려 했는데, 커피를 받자마자 쏟아버렸다. 심지어 옆에 앉아 있던 서양인 방향으로 튀었다. Oh, shit. 그 사람 옷에 묻지는 않았아 다행이었찌만, 너무나 민망스러워 반나마 남은 커피를 들고 도망쳐 나왔다. 설마 불길한 전조의 시작인가.
5.
6시 20분 비행기라 배가 고파질까봐 두려워 맥도널드에서 피쉬버거를 시켜먹었다. 공항 내 식당은 비싸고 맛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차라리.
6.
이틀간 4시간씩만 자서 그런건지 에어컨이 너무 빵빵해서 그런건지 비행기 타기 전부터 으실으실하다. 다행히 비행기에 담요가 있어 둘둘 감고 무사히 치앙마이 도착했다.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몸살기가 돌았지만, 빨리 숙소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했으므로 미리 알아본 대로 국내선 끝까지 이동해 택시 사무실에서 200바트에 택시를 바로 잡고 숙소 도착. 스무스하군.
7.
문을 열자마자 나무 냄새가 훅 들어왔다. 어릴 때 이모 집이나 외숙모 집에 있던, 윤기나는 나무로 된 장롱에서 맡았던 그런 냄새라고 할까 사진과 동일하게 너무나 쾌적하고 훈훈해 드디어 고국을 떠나 온 실감이 나고 심지어 두통이 가시는 것 같았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핫플레이트를 준비해 달라고 했는데 세상에 프라이팬과 냄비와 간단한 조리도구까지 새로 사서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로 놔뒀다. 아마 얼굴 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이 역시 몹시도 훈훈하여 집이 너무 뷰티풀하다, 깨끗하게 쓰겠다, 너무나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기분이 좋아져 부득부득 짐 정리까지 마치고 나니 고새 내 집처럼 편안해지네.
8.
기운을 내어 빠르게 마야몰로 이동해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에 먹을 것들을 샀다.
지하 슈퍼마켓에 들어가자마자 두리안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것이, 동남아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먹기 좋게 손질이 되어 있는데 마감 세일을 하여 한 팩에 2000원 정도 하는 과일을 세 팩 주워 담고, 컵라면 맥주 샐러드 빵 등등을 사서 복귀해 노란 조명 하나만 켜고 맥주를 홀짝이며 일기를 쓰고 있으니 참으로 안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