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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ow Aug 04. 2018

[여행기록] 치앙마이 한 달 살기 DAY 06

180726 목. 치앙마이.

오늘 한 일 : 태국어 수업, 와로롯 시장, RTC 및 썽태우 개시, 마야몰 루프탑, 웜업 카페


1.
드디어 태국어수업을 시작했다. 일단 다섯 시간만 듣는 것이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현지어 몇 마디라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1:1 수업 1시간에 400바트 정도이니 작은 돈은 아니다. 열심히 해야지.

태국 글자는 너무나 빡쎄보여서 일단 말하기 위주로 공부하기로 했다. 다행히 글자들의 발음은 두세개 모음 제외하고는 많이 어렵지 않았지만, 성조와 억양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배우는 것과 실제 사람들이 발음하는 것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테니. 자연스럽게 말하려면 많이 들어 보고 많이 사용해 봐야 할 텐데. 어디서 태국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해 볼 수 있을까. 태국 드라마라도 하나 골라서 열심히 봐야할까.


원님만 건너편. 프로!



2.
며칠 전 실패했던 와로롯 시장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집 앞에 RTC 버스를 처음으로 타 봤다. 에어컨도 쌩쌩 나오고 새 것이라 더 몹시 쾌적하군. 아무리 찾아도 벨이 없어서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몰라 봉 하나에 달려 있던 뭔가 스위치를 눌러봤는데, 운전석 쪽에서 게계속 삐용삐용 소리가 났다. 맞게 누른건지 무슨 비상벨 같은 것인지. 너무나 민망. 내리는 문 앞에 서 있으니 버스를 멈춰 준다.



3.
타페 게이트 쪽에 내려 환율이 좋다고 소문난 곳에서 환전을 하고(그래봤자 동네보다 0.05만 더 잘 쳐주더라만) 미리 찾아둔 the farm story에서 점심을 먹었다. 에어컨은 없지만 할머니네 마루에서 밥 먹는 것처럼 소박하고 정스러운 느낌이 있어 들어가자마자 기분이 좋은 곳이다. 일하는 학생, 아줌마, 할머니들의 웃음이 그런 분위기를 더한다. 책에 의하면 유기농 식재료로 건강한 요리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추천하는 대로 팟타이와 고등어 구이 주문.


시골집 같은 farm story. 최애 식당이다.




팟타이는 간이 세지 않은데, 양념 맛이 계속 입맛을 당기고, 면이 적당히 퍼져 있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정도다. 면 위에 뿌려준 부추는 거의 익히지 않은 것인지 아삭하고 싱싱한 맛이 난다. 기분이 좋아지는 신선함.


고대했던 고등어 구이는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크기도 생긴 것도 조금 다르다. 번역은 고등어라고 하지만 종류는 좀 다른 것이 아닐까 싶다. 아주 잘 구워져 있어 얇은 껍질에서는 바삭한 맛이 나고, 안을 파고 들어가면 담백하고 고소한 살 맛이 나는데,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머리 안쪽 살을 파먹으니 훨씬 쫄깃하고 촉촉해 풍성한 맛이 난다.
고등어 구이와 함께 나온 밥이 또 기가 막혔다. 단단하고 꺼실꺼실하게 익힌 밥 위에 온갖 허브(레몬글라스와 생강 등으로 추측)를 뿌려 주는데 아주 향긋하고 건강한 기분이 든다.




맛이 좋아 아예 타이 밀크티까지 마시고 가기로 한다. 처음엔 초코 비슷한 달달한 맛이 나다가 마시고 나면 카카오처럼 쌉쌀한 맛이 입 안에 남아 몹시 깔끔하다. 부드러운 거품이 달고 쌉쌀한 맛을 안고 입 안을 고루 감싼다. 너무 단 밀크티는 딱 질색인데, 이 역시 취저다.


취향 제대로 저격




3.
여기서 대충 막 입을 옷과 집에 가서 테이블 보로 사용할 동남아 느낌이 나는 원단을 찾으러 와로롯 시장에 왔다.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의 중간쯤 되는 곳이라고 책에 소개 되어 있었는데, 내 취향에는 일요시장의 물건이 더 다양한 것 같았다. 자르고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원단을 쌓아놓고 50바트에 팔길래 눈이 돌아가 뒤적여 봤지만 크기가 뭔가 애매해 포기하고, 코끼리 바지만 긴 것, 짧은 것 하나씩 사들고 나왔다.




4.
와로롯 시장을 나와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한두 방울씩 비가 떨어지는 전조가 있었는데 그걸 무시하고 사진 찍고 섰다가 갑자기 후두두두 때려 붓는다. 순식간에 속절없이 쫄딱 젖었다가 육교 아래로 간신히 피신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여기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고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잠시 머무르며  평화롭게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핑 강 갬성





5.
비가 그치고 집에 가기 위해서 타페 게이트 근처에서 그랩을 불렀다. 그랩은 내 주위에서 빙빙 돌다가 심지어 나를 지나쳐서 다시 빙빙 돌다가, 결국 트래픽잼 때문에 올 수가 없다며 예약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20분 기다렸는데. 소나기에 신발이 다 젖어 찝찝하기 그지 없는데 다시 그랩을 부르기도 지쳐서, 썽태우를 개시했다. 그동안은 어떻게 말해야되나 어떻게 잡아야되나 우물쭈물하느라 못 타보았던 썽태우를 손쉽게 개시했다. 급하니까 이것저것 잴 것도 없이 불러세워 마야몰 마야몰을 외쳐 탑승 성공. 목 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지. 그 동안 뭐가 무서워서 안 탔는지가 우스울 지경이다.




6.
치앙마이 카페에서 드디어 한국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시기로 했다. 여자 분들이 많은 카페라서 당연히 여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남자가 나타나서 당황했지만 다행이다. 아무래도 더 편하니까. 심지어 술을 좋아한다고 한다. 내가 필요로 하는 딱 그대로다. 한 달 반이나 치앙마이에 있었다고 한 그분(이름도 안 물어봤다)과 마야 몰 6층 루프탑 펍으로 갔다. 몹시 시끄러워서 목청을 높여서 대화하고 귀를 얼굴 가까이 들이밀어야 겨우 들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세상에 공연하는 밴드가 너무너무 잘한다. 유명한 태국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데 노래가 너무너무 취저다. 제목을 알아내고 싶었는데 음악 검색을 해도 나오지를 않네. 태국 대중문화 수준이 상당함을 느낀다.




7.
분위기 좋게 1차를 하고 나서 그분의 인도 하에 그렇게도 유명하다는 Warm up Cafe에 드디어 발을 들였다. 나는 클럽 같은 분위기라고 해서 난장 춤추고 아주 그냥 아사리판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라이브 밴드가 공연하는 곳과 클럽 존이 나뉘어 있었다. 우리는 공연하는 곳에서 싱하 비어를 한 병씩 들고 서서 먹었지만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그게 딱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넘넘나리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Maya 루프탑에서는 태국 노래를 불렀지만 여기서는 누구나 알 법한 팝 노래를 밴드가 불러 줬다. 심지어 그루브가 장난이 아니고 너무너무 잘 부른다. 왜 사람들이 주구장창 여기 오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혼자 와서 음악만 들어도 너무너무 좋겠는데.




12시부터는 사람들이 무슨 콘서트 온 것처럼 무대 앞에 모이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밴드가 부르는 태국 노래 메들리에 환호를 지르고 있는대로 춤을 추고 난리가 났다. 그 틈에 뒤섞여 방방 뛰고 놀면서도, 나도 저 노래를 알면 너무너무 좋을텐데 싶었다. 난 왜 지금까지 이런 곳에 오지 않았을까. 술을 못 마시는 태국 연휴가 끝나면 매일 이런 분위기 좋은 라이브 펍에 출석도장을 찍어야지. 여행을  온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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